- 국제무대에서 광주비엔날레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 “명실상부한 아시아 대표 비엔날레다. 아시아 여러 도시에 다른 비엔날레도 있지만, 광주만큼의 국제적 위상은 아니다. 이번에 그 위상을 더 굳히는 데 기여하고 싶다.”
-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주제가 특이하다.
- “ ‘도덕경’ 78장에 나오는 ‘유약어수(柔弱於水)’란 말에서 빌려왔다. 세상에서 가장 약한 것이 물이지만 그 아무리 굳세고 강한 것이라도 물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이겨나가는 데 예술이 물과 같은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도 담았다.”
- 신작에 방점을 찍은 이유는.
-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작품을 펼쳐놓고 자부심을 가질 순 없다. 광주비엔날레를 세계 작가들이 신작을 공개하는 ‘프리미어(premier)’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 또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일 자체가 작가에게도 좋은 기회가 돼야 한다. 다행히 지금까지 신작 요청을 거절한 작가는 없었다(웃음).”
- 어떤 작가들인가.
- “우선 자기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작가들이 많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같아 보이지만, 그게 전지구적 이슈와 연결되는 것임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거다. 또 지역의 전통을 재해석하는 작가들, 지역 사회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작가들도 많이 참여한다.”
이 감독은 홍익대에서 예술학과(학·석사)를 졸업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시티대에서 석사, 에식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 커미셔너와 큐레이터를 맡았고, 2019년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백남준 회고전을 기획했다.
- 지금 테이트에서 하는 일은.
- “전시 기획도 하지만 기업의 R&D(연구개발) 같은 일을 해왔다. 세계의 변화를 읽고 미술관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연구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 그 연구가 비엔날레 기획에도 영향을 미쳤나.
- “물론이다. 지난해 12월 감독으로 선임돼 제일 먼저 고민한 게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일까’였다.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환경·젠더·식민주의 등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연구를 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이 다 담길 거다.”
탈식민주의와 생태·환경 등을 중시한 이번 비엔날레엔 일본 아이누족 작가, 카자흐스탄 여성 예술가, 호주 토착민 지역사회의 원로 작가 등 다양한 문화 배경을 지닌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한국 작가는 전체 참여 작가 중 17% 정도다. 강연균·김기라·김민정·김순기·오윤·장지아 등 근현대 한국작가를 폭넓게 아우른다. 이 감독은 “1970년대 한국 전위미술을 이끈 김구림·이승택·이건용 작가를 관객 참여형 작업을 통해 재조명할 것”이라고 했다.
- ‘비엔날레 전시는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 “작품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렵게 전달하는 게 문제일 수 있다. 테이트에선 큐레이터들에게 ‘전시는 9세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서도 자꾸 생각나는 전시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