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현장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요청이 거듭 있었고, 일본 측은 "이 시간, 이 장소가 아니면 무리다. 그래도 온다면 (만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한국이 이를 받아들였고 윤 대통령이 뉴욕에 있는 유엔 일본정부 대표부 빌딩을 방문하는 것으로 만남이 성사됐다.
당시 회담 장소와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 한국 기자들은 없었다. 일본 대표부 건물에 머물렀던 일본 기자들은 비공개 회담이었지만 사전 준비 장면 등을 목격할 수 있었다.
회담 참석자 중 한 명은 기자에게 "이쪽(일본)은 만나지 않아도 되는데 만났다. 한국이 일본에 빚을 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아사히는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이 끝난 후 주변에 "상대방(윤 대통령)도 의욕은 보이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 지) 솜씨를 지켜보자"고 말했다고도 했다.
"한국과 타협하면 보수파 지지 잃을 우려"
결국 만남은 성사됐지만 일본 정부는 '회담'이 아닌 '간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회담이란 표현을 피하려 한 것은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 전 정상회담은 없다'던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작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간담이라는 표현을 쓴 의도를 질문 받자 "회담과 간담의 차이에 대한 엄밀한 정의가 존재하는 건 아니다"라는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내 한 외교소식통은 "실제 일본 정부도 이번 정상회담을 중요한 이벤트로 생각하며 열심히 준비해온 것으로 안다. 일본 국민들에게 한국에 끌려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 극도로 경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국장이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 문제 등으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한국 측과 '타협'했다고 비치면 보수파의 지지를 잃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바이든과는 단시간 회담"
역대 일본 총리들은 취임 6개월 내 미국을 찾아 미·일 정상회담을 갖는 것으로 본격 외교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도 지속적으로 미국 방문을 타진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 등을 이유로 미국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성사되지 않았다.
미·일 정상은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짧은 시간 만났고,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대면 정상회담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