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두 차례 만났다. 첫 만남은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였다. 회의 직후 기념 단체사진 촬영 현장이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주친 윤 대통령은 당시 48초간 ‘짧은 대화’를 나눴다. 통역 등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간단한 안부 인사 외에 구체적 의제를 논의하는 건 불가능한 만남이었다.
양 정상은 이날 저녁엔 바이든 대통령 부부 주최 리셉션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까지 포함하면 세 차례에 걸쳐 대면해 환담한 셈이지만, 결정적으로 대통령실이 사전 발표했던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한·미는 '취소', 한·일은 '약식'
유엔총회 등 다자 외교무대에선 각국 정상들이 실시간으로 일정을 조율해 회동과 회담을 갖기 때문에 김 차장의 발표대로 정상 일정은 막판까지 유동적인 경우가 많다. 적게는 3~4개, 많게는 5개 이상의 양자회담 일정을 상대국과 ‘사전 합의’하지만 외교 현장의 다양한 변수로 회담이 풀어사이드(Pull-aside·약식회담)로 조정되거나 아예 취소되기도 한다. 공식 일정이 지연되거나 타국 정상과의 회동·회담이 길어질 경우 그 이후 예정된 또 다른 양자 일정이 연이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성급한 발표가 앞서는 '정상 외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미 정상회담 취소에 대해 “양 정상이 만난 총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IRA라든지 통화 스왑, 확장 억제 문제 등에 대해 양측 NSC에 집중적인 검토를 지시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가 실무선에서) 준비해온 걸 교환하고 정상 간 확인을 받는 마침표 찍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글로벌 펀드 회의가 그런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겠다고 판단해 계획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 회의의 초청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는대신 윤 대통령을 이 자리로 초청한 것이다.
尹 "IRA 국내 우려", 바이든 "진지한 협의"
다만 미 백악관이 발표한 한·미 정상 환담 보도자료엔 IRA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 이 자료엔 한·미 정상이 공급망 협력과 경제·에너지 안보 등과 관련 “넓은 범위의 우선순위 현안 분야에서 진행중인 양국간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만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