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가동 시엔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능이 강한 고준위 폐기물이 필연적으로 나온다. 이들의 처리가 적절히 이뤄져야 원전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은 원자력 발전을 그린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에 포함하면서 2050년까지 고준위 폐기물 처분을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국내에서도 원전을 포함한 새로운 K-택소노미 안이 나올 예정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원전 부지 내 한시적인 건식 저장도 어렵다. 이대로면 폐기물 때문에 원전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있는 방사성폐기물 관리법과는 별도로 고준위 처분장 부지 선정 절차나 해당 지역 지원 등을 구체화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에 가속이 붙고 있다. 지난달 말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안’을 비롯해 관련 법안 3건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
특별법에 담길 내용은 ▶조속한 처분장 확보와 폐기물 반출 시점 명시 ▶선정 지역 대규모 지원 ▶원전 내 저장 시 의견수렴 강화 ▶전담위원회 설치 등이다. 부지 확보 절차는 조사, 주민투표 등을 포함해 약 13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 후 중간저장, 최종처분 시설 등을 마련하는 식이다.
학계도 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6일 기자회견에 나선 윤종일 카이스트(KAIST) 원자력·양자공학 교수는 “고준위 폐기물 저장 시설에서 사고가 난 경우는 세계적으로 한 건도 없다. 부지만 확보되면 안전한 운영이 가능한 만큼 정권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특별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된 지반 깊숙이 처분장을 만들면 방사선 누출 위험이 사실상 없지만, 충분한 주민 설득과 동의가 필수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지 선정이 제일 중요한데, 전 국민을 위해 부담을 져야 할 유치 지역 주민을 지원할 방안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선 의원안에도 특별지원금, 지역발전사업, 지역 주민 우선 고용 같은 지원책이 포함됐다.
지난해 2차 고준위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부지 선정 절차 착수부터 영구처분 시설 확보까지 37년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 목표 시점은 특별법 제정 후 기본계획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