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7월(2.90%)보다 0.06%포인트 높은 2.96%로 집계됐다. 2013년 1월(2.99%)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2.05%에서 2.25%로 0.2%포인트 올랐다. 2019년 6월 새로 도입된 ‘신(新) 잔액기준 코픽스’(1.79%)도 한 달 새 0.17%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신규 취급액 기준 지난 6월과 7월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던 것에 비교하면 상승 폭은 완만해졌다. 지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0.4%포인트 올랐고, 지난 7월에는 0.52% 포인트 상승하며 코픽스 공시가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난 6월과 7월 코픽스 인상 폭이 평소보다 유독 컸던 탓에 지난 8월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며 “7월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영향이 컸고, 8월은 한은 기준금리 인상이 25일에 있었던 만큼 그 여파가 6일 정도만 반영되며 상승 폭이 줄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픽스가 오른다는 건 은행의 조달비용, 즉 원가가 올랐다는 의미다. 대출 금리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이다. 실제로 16일부터 코픽스에 연동되는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도 일제히 오른다. 우리은행의 변동금리 상단은 6%를 넘어선다. 우리은행 대출 금리는 연 5.24~6.04%에서 0.06%포인트 오른 5.3~6.1%가 된다. KB국민은행은 연 4.56~5.96%, NH농협은행도 연 4.5~5.6%로 금리가 오른다.
코픽스 오름세는 향후 더 가팔라 질 수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을 넘어 울트라 스텝(1%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다.
미국이 긴축의 속도를 높이면 한은도 올해 남은 두 차례의 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올해 말 기준금리는 연 3%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 경우 코픽스 상승과 함께 은행권 주담대 금리도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 통화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한은의 빅스텝 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긴축 강도가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에 국내 채권 시장도 상승세를 보여 은행채 금리도 더 오를 수 있다”며 “코픽스 추가 상승 여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미 ‘영끌러’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1년 새 크게 불어났다. 지난해 8월 연 3% 금리로 3억원의 변동금리 주담대(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를 받았다면 신규 코픽스 상승분(0.95→2.96%)만 반영해 5%대의 금리가 적용된다. 원리금 상환액이 월 126만원에서 161만원으로 뛰어, 연간으로 420만원가량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