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병역이 공정성 이슈의 핵심이 된 데는 꼼수를 동원한 특권층의 병역기피 같은 사회적 부조리가 한몫했다. 병역은 고통 분담, 사회 정의의 상징이 됐고, 형평성 차원에서 여자들도 성평등을 주장하려면 군대 가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특례 자격 요건인 ‘국위선양’도 요즘엔 잘 먹히지 않는 국가주의 슬로건이다. BTS가 국위선양을 했지만 본질은 그들의 개인적 성취다.
BTS 멤버들은 여러 차례 군 복무에 대한 의지를 밝혀 왔다. 병역법상 1992년생인 맏형 진은 내년이면 입대가 불가피하고, 97년생인 막내 정국까지 다녀오려면 7인조 완전체 활동의 공백은 피할 길이 없다. 그러나 서로 입대 시기를 조율하거나 남은 멤버들이 유닛이나 솔로 활동으로 ‘군백기'(군 공백기) 부담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군대 문제가 커리어의 변곡점이 되는 여느 K팝 보이그룹들이 다 그렇게 한다. 실제 BTS는 지난 6월 유튜브 방송 ‘찐 방탄회식’을 통해 단체 활동을 잠시 쉬고 솔로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압박감과 피로감, 방향성 상실을 호소하며 “성장을 위해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아미들은 원팀으로 쉼 없이 달려온 10년 차 BTS에게 각자 음악적 정체성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와 휴식이 필요하며, 입대를 터닝 포인트로 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소속사 하이브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유튜브 영상 직후 주가가 폭락해 시총 2조원이 증발하자 팀 해체나 단체 활동 중단이 아니라고 적극 해명했다.
사실 기존 병역특례자들과 단순 비교만으로도 BTS는 자격이 차고도 넘친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지금 논의가 BTS가 이룬 성취에 대한 존중이라기보다 경제적 유용성에 대한 시혜적 포상이자 국가 홍보나 국익이란 기치 아래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국가적·정치적 자산으로 이들을 활용·도구화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다. ‘방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팬들의 요구, 아티스트 당사자의 목소리와 선택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만약 이들이 군대 가겠다는 약속을 지킨다면? 글로벌 수퍼스타임에도 평범한 시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면? 그 사회적 메시지가 수조, 수십조원의 경제효과에 못 미친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최종 결정의 시간은 다가온다. 소중한 문화자산인 BTS가 아티스트로서 계속 성장하기 위해 지금 진짜로 필요한 게 뭔지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