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식 시장에 비유하자면 최근 외고는 하한가, 과학고는 상한가다. 이유는 복합적이며 정치적이기까지 하다. 문재인 정부의 ‘조국 사태’ 이후 교육 공정성 훼손의 주범으로 전락한 외고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폐지 대상이 됐다. 학부모 반발로 잠시 주춤한 상황이지만,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문·이과 통합 수능이 입지를 더욱 좁혀놨다. 수학 점수에서 유리해진 이과생들이 ‘문과 침공’에 나서자 내신 따기 어려운 외고를 기피하게 됐다. 애당초 명문대가 목표였지, 외국어 좋아서 선택한 학교는 아니었으니까.
아들 인터넷 시험을 대신 치러주는 똑똑하고 성의 있는 엘리트 아빠가 공존하기에 더 바보 같아 보이는 그들을 위로하고 싶다. 나 역시 동병상련의 바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이라며 수시 축소와 정시 확대를 외칠 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일반고 문과 우등생이었던 딸은 수시 모집을 준비하느라 발버둥 치고 있었건만…. 결국 수시 축소와 문과 침공의 피해를 온몸으로 겪는 딸을 지켜봐야 했다. 딸아, 아빠가 많이 미안하다. 미리 알았어도 별수는 없었겠지만.
자동차 살 때도 붙는 교육세 성실히 납부했고, 수십 개 학원에 학원비·교재비 꼬박꼬박 바쳤다. 그 학원 일타강사가 수백억원대 강남 부동산을 현금 매수해도 배 아파하지 않았는데, 자식에 미안한 상황만큼은 아빠들은 참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이 넘도록 공석인 교육부 장관 자리에 오실 분은 딸바보의 눈물을 이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