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부처 협의 없이 '임기내 추진'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대부분 대기업의 본사나 생산 시설도 수도권에 집중된 게 사실이다. 일부 의·치·약학 계열 등을 빼면 지방에서 서울 소재 대학으로 일단 진학하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현상도 뚜렷하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다루는 주무 장관으로서 이런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장관의 입장에 대해 대학이나 고교 교사 등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실효성에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장관이 국내 대학들이 처한 상황이나 대학 입시, 특목고, 기업의 입지 선정 등과 관련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분교 있는데 대학 이전 쉽지 않아
이 장관은 그래서 ‘특혜’ 논란이 일 정도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수도권 캠퍼스 부지를 직접 개발할 수 있는 권한 부여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캠퍼스 부지에 부동산 개발 등을 하면 재원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에 따라 사립학교는 수익이 생겨도 교육용으로만 써야 해 이전 비용 충당 정도나 가능할 수 있다. 캠퍼스 전체 이전에 동문과 학생 등이 반발하면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특성화 지방캠퍼스 정도를 만들 수 있을런지 모른다. 하지만 고려대와 연세대는 이미 조치원과 원주에 대형 지방캠퍼스가 있다.
이런 대학이 지방에 특성화 캠퍼스라도 조성하면 도움이 될 것 같겠지만, 지방에 또 지방대학이 더해지는 꼴이다. 이미 지역거점국립대 등은 지역별로 특화 분야를 정해 육성 중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지방대의 경우 정원 채우기가 어렵다. 비수도권 대학들이 대입 수시모집을 대폭 늘린 것도 신입생을 선점해 생존해보려는 몸부림이다. 지방대 관계자들은 "존립이 어려운 지방 사립대의 퇴로도 열어주지 않으면서 서울 소재 대학을 내려보내겠다니, 더 죽으라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입시 바뀌어 특목고 미달인 것 모르나
대기업이 지방으로 가려면 우수 인재만 충원하면 가능한 게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입지가 수출 물류의 중요성 때문에 대규모 공항과 가까워야 하는 등 입지 선정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대기업이나 대형 국책연구소, 공공기관 등이 한꺼번에 지방으로 가지 않으면 일자리가 생기지 않아 대학만 옮겨도 소용이 없다. 이 장관이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툭 내뱉어선 안 되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가 지역균형발전이다.
이 장관의 이런 계획은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적이 없다. 장관 자리가 비어있는 교육부와 협의한 흔적도 없다. 오히려 교육부는 국정과제에 포함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본격 추진’에서 ‘어디서나 잘 사는 지방시대를 만들기 위해 지방대학과 지자체, 교육청, 산업계 등이 참여해 지역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고등교육 특화지역을 지방에 확산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우동기 위원장이 새로 위촉된 게 일주일 전쯤이다. 이 장관은 정부 차원의 대안이 필요한 사안을 두고 정확한 정보와 현실 파악도 없이 사견을 밝힌 것인가. 불과 얼마 전 ‘만 5세 취학’ 사태를 겪고도 이러니 새 정부 내각의 무능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