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8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정 부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당초 같은 날 상임전국위원회까지 열어 비대위원 임명까지 마친 뒤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정 부의장의 요청에 따라 상임전국위 개최는 추석 연휴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비대위원 인선을 더 고심해본다는 이유다.
법원의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결정 이후 새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됐다. 초반엔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의 재임명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언급됐다. 당시엔 비대위의 안정성과 연속성에 방점이 찍혔다. 그러나 “법원의 직무집행정지 결정에 어깃장 놓는 격”이라는 당내 반발이 상당했다. 특히 친윤(친 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주 전 비대위원장이 확실한 우리 편이 맞느냐”는 여론도 형성됐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주 전 위원장이 고사의 입장을 밝힌 뒤 떠오른 카드가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검사 선배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취임준비위원장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비대원장 인선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박 전 부의장도 결국 고사했다.
박 전 부의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사흘 전 권 대행이 전화로 요청이 있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며 “당 사정도 모르는 사람이 가서 무슨 역할을 하겠느냐. 나로 인해 또다른 분란이 일어나서 당이 안정을 못 찾고 대통령께도 누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 부의장은 “(여러 번 요청이 있어서) ‘심사숙고를 해보겠다’고 했지만, 당 내부적으로 ‘어떻게 민주당에 있던 사람이 하느냐’는 등 여러 이야기가 들려서 결국 오늘(7일) 오전에 (최종적으로)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결국 초반에 거론됐던 이름 중 하나인 정 부의장이 최종 내정됐다. 이런 결정엔 전날 권 대행의 선수별 의원 간담회에서 나온 “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와야 한다”(재선 의원), “당도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3선 의원) 는 우려도 반영됐다고 한다. 정 부의장은 2016년 새누리당 시절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며 친박(친 박근혜)·비박 갈등을 수습한 경력이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빛이 나는 자리도 아니다. 그래도 당을 잘 아는 인사가 맡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친윤 외 그룹에선 냉소적인 분위기도 있다. ‘돌고 돌아 결국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정 부의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부터 “고향 친구 윤석열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부친 고향이 충남 공주인데, 이곳은 정 부의장의 지역구다. 윤 대통령 정계 입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도 정 부의장이다. 한 초선 의원은 “(정 부의장을 추인한) 의총 분위기를 보면서 씁쓸했다. 그냥 윤 대통령이 친구를 비대위원장 시킨 꼴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여당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윤핵관’ 권 대행을 통해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인식이 비주류 그룹에선 강하다.
의총 때 비대위원장 추인 방식에 대해선 조경태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의사결정을 할 때 박수 치고 결정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많이 보는 모습 아닌가”라며 “그냥 박수 치고 끝낸다면 우리 자유우파가 그토록 미워하는 북한과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비판했다.
권 대행은 추석 연휴 뒤 새 비대위가 출범하면 사퇴할 계획이다. 8일엔 사퇴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은 오는 19일쯤 실시된다. 주호영 전 위원장을 비롯해 4선의 김학용·윤상현 의원, 3선의 김상훈·윤재옥·조해진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