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태풍이 상륙한 6일 새벽 5시경 열린 긴급 회의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현장 지휘관에게 '장갑차로 구조가 가능하겠나. 준비는 돼 있나' 등을 물은 결과 '가능하다'는 답을 듣고 장갑차 출동을 지시했다."
-장갑차 구조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90년대말 파주에서 홍수가 나 마을이 물에 잠겼을 때 해병대 2사단이 장갑차를 구조에 지원한 경험이 있다. 2005년 미국에서 태풍(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스 시내가 침수됐을 때도 장갑차가 구조에 활용됐다. 사단장이 이런 사례들을 들며 포항에도 일반 차량으로는 진입이 안 되는 침수지역에 장갑차를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병대 장갑차는 한국형 상륙돌격 장갑차로 3m 높이 파고에도 기동할 수 있다. 얼마전 한미 합동 림팩(환태평양) 군사훈련 때 이 장갑차 9대가 최초로 투입됐는데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하와이 파도를 이겨내고 훈련을 마칠만큼 성능이 좋다."
"군 병력 4명에 소방대원 2명이 탔는데 그분들 고생이 많더라. 한명이라도 더 구조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비상등을 켠 채 침수된 차마다 접근해 창문을 두들겨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대부분은 비상등을 켠 채 버려진 차들이었지만 한 대도 빠짐없이 확인하더라."
-장갑차로 구조한 인원은
"새벽 5시경부터 낮12시까지 7시간 동안 장갑차 2대가 투입돼 시민 5명과 반려견 1마리를 구조했다. 추가 투입 필요성에 대비해 장갑차 10여대가 대기했다. 내가 탄 1호차는 허벅지까지 물이 차오른 거리에서 배회하던 20,30대 시민 2명을 구조했고 2호차는 가슴까지 물이 찬 공장에 진입해 일가족으로 보이는 67세 남성과 59세 여성, 27세 남성 등 3명을 구조했다. 공장 입구 철문이 잠겨있어 우리 병사들이 장갑차에 장착된 절단기로 문 경첩을 뜯어낸뒤 장갑차가 진입했다. 공장이 저지대에 있어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3명 모두 무사히 장갑차에 태워 인근 소방서로 옮겨드렸다. "
-장갑차 내부에 몇명이나 태울 수 있나
"약 20명을 태울 수 있다. 2대가 기동했으니 약 40명까지 구조할 수 있었다. 차를 운용하는 병력은 3명인데 구조에 추가 인원이 필요할 수 있어 예비 병력을 1명 더 태웠다."
-구조중 기억나는 일화는
"2호차가 구조한 3명은 맨발에 옷가지 몇개만 들고 장갑차에 탔을 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구조됐다. 그래선지 내릴 때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그분들이 안고 있던 털이 길게 난 반려견 1마리도 장갑차에 태워 구조했다. 미리 준비해둔 담요와 음료를 지급하고 건강 상태를 체크한뒤 침수로부터 안전한 남구 소방서에 모셔 드렸다. 그분들이 맨발로 내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다음에 구조 나갈 상황이 오면 슬리퍼 등 신발도 준비할 생각이다. 침수지역에서 구조된 분들은 젖은 신발을 버려 맨발 상태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침수지역에서 구조장비로서 장갑차의 효용이 입증된 것인가
"그렇다고 본다. 물이 차서 일반 차량은 진입이 어려운 포항 청림동 일대에서 기동했는데 5명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승한 소방관들도 '구조에 상당히 좋은 장비'라고 평가했다."
-소감은
"구조에 도움이 되서 기쁘다. 다만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인데 언론에서 과하게 칭찬을 해서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이 기사는 7일 오후5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보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