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2년차를 맞은 피렐라의 활약은 '피렐라이온즈'란 찬사가 아깝지 않다. 도루를 제외한 전부문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타율(0.345)·출루율(0.418)·장타율(0.568) 등 비율기록은 모두 1위다. 득점(85개)까지 네 개 부문 1위다. 홈런(24개)·타점(92개)·최다안타(158개)는 2위다. 홈런은 1위 박병호(32개·KT 위즈)와 격차가 크지만 최대 타격 6관왕도 가능하다.
5월 초까지 4할에 근접한 타율을 기록했던 피렐라는 6월에 극심한 부진을 격었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에 반등하면서 1위를 지켰다. 평발로 인한 발바닥 통증에 시달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외야 수비까지 소화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 무더운 7, 8월에도 3할대 중반이 넘는 고타율을 이어갔다.
외국인 선수가 마지막으로 타격왕에 오른 건 2015년이다.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가 역대 단일시즌 타율 4위에 해당하는 0.381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2군 감독(1994년)에 이어 프로야구 사상 첫 부자(父子) 타격왕이 됐다. 2연패는 아버지도 못한 기록이다. 장효조(1985~87년)와 이정훈(1991~92년), 이대호(2010~11년)만이 해냈다. 이정후가 달성한다면 역대 4번째다.
타율 순위는 매일 바뀌고 있다. 2일 피렐라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사이, 이정후는 3타수 2안타로 1위를 빼앗았다. 하지만 3일 피렐라가 4타수 2안타를 몰아쳐 4타수 무안타에 그친 이정후를 다시 제쳤다. 6일 삼성-키움전에선 이정후가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치자, 피렐라는 2루타로 응수하며 선두를 지켰다.
이종열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피렐라의 스윙은 거칠어 보이지만, 그 안에 섬세함이 있다. 높은 공을 찍어 치는 장면을 보면 자신만의 타격관이 있다"고 했다. 또 "적극적인 타격을 하면서 볼넷을 얻는 것과 기다리는 건 다르다.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피렐라는 슬럼프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다만 상대팀은 '이정후만 막으면 키움을 이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굉장한 압박을 받을 것이다. 포스트시즌이 멀어져 견제를 받지 않는 피렐라에 비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정후는 지난해 8월까지 타율 3위였는데, 9~10월에도 지치지 않고 안타를 만들어 타격왕에 올랐다. 타이틀이 걸리면 압박을 못 견디는 선수도 있는데 잘 이겨낸 경험이 있다. 큰 재산이다. 타격 1위 경쟁은 마지막까지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