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오페라의 소재가 점차 다양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구가 아닌 외계 행성 안드로메다라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장소의 한계성이 불가피한 공연예술 장르에서 더욱 난해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데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효과와 홍민정 연출의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모든 우려가 한꺼번에 해소됐다. 아트 팝 오페라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탄생한 셈이다.
창작오페라 ‘안드로메다’의 감동
과학의 한계 넘어서는 음악의 힘
대전예술의전당 기획력 돋보여
과학의 한계 넘어서는 음악의 힘
대전예술의전당 기획력 돋보여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극장 활성화를 위한 TF팀에서 활동하며 예술계와 공공극장의 협업을 통한 공연예술 시장의 발전을 대한 여러 가지 비전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으로 대두한 것은 역시 예술 창작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었다. 공공극장은 지자체와 예술계의 협업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견인하는 거점기관으로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제작극장이 활성화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한 공공극장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창작 콘텐트를 자체 기획하고, 이를 장기간 공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트 팝 오페라 안드로메다는 2019년 대전예술의전당과 대전시가 손을 잡고 지역의 대표 브랜드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2020년 갈라 콘서트를 통해 무대에서 선보였고, 지난해에 전막이 초연되었으며, 올해 더욱 탄탄해진 스토리로 다시 찾아왔다. 안드로메다라는 음악의 힘으로 지탱되는 외계 행성이 배경이다. 음악을 잃고 이성과 논리만 남은 문명이 음악의 힘으로 다시 감정과 사랑을 회복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효근 작곡가는 “‘안드로메다’는 시공을 초월한 동화 같은 오페라”라며 “음악이 없어진 과학 문명의 한계와 음악의 근원은 사랑이고 온 인류가 음악을 통해 하나 된 마음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공연을 제작하면 그 지역이 가진 역사적인 배경이나 인물을 소재를 주로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할 때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소재의 다양성을 끌어내며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지역 대표 브랜드 공연을 기획한 대전예술의전당의 기획력에 박수를 보낸다. 과학과 예술의 도시를 지향하는 대전시의 브랜드 공연으로 모자람이 없었다.
순수 예술작품으로서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페라 ‘안드로메다’는 이를 김효근의 대표 가곡을 삽입하는 형식으로 풀어나갔다. 이미 대중에게 친숙한 ‘눈’ ‘내 영혼 바람 되어’ ‘첫사랑’, 푸시킨의 시를 가사로 만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 명곡의 향연은 무대의 몰입감을 높이며 보기 드문 감동을 안겨주었다.
대전예술의전당은 2003년에 개관 이래 연간 100여 회의 기획 공연을 제작하며 지역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견인해왔다. 평균 관객점유율 또한 70%(코로나 이전)에 이르며, 이는 전국 수준을 크게 웃돈다. 연간 40억원의 공연 예산을 토대로 기획, 홍보, 마케팅, 무대 등 각 분야 전문인력이 배치되어 수도권 못지않은 수준 높은 공연을 선사하고 있다. 아트 팝 오페라라는 실험적인 장르를 과감히 시도할 수 있었던 원동력 또한 전문 기획인력과 안정적 예산 지원이 뒷받침한 결과이다.
공공극장 기획인력의 전문성과 지자체의 안정성 있는 예산지원은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이는 타 지역 공공극장과 대전예술의전당의 차별성을 높이며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문화분권 시대를 맞이하여 각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창작 콘텐트가 더욱 활발히 나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바란다.
강혜명 성악가·소프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