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는 이날 장관급 회의를 열어 10만 배럴 감산을 결정했다. 지난달 회의에서 하루평균 10만 배럴을 증산하기로 한 결정을 한 달 만에 되돌린 것이다. 이에 따라 OPEC+의 원유생산량은 지난 8월 수준(하루 평균 4385만 배럴)으로 돌아갔다. 지난 6월 이후 하락세를 보여오던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이날 한때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던 서부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2.28% 상승한 배럴당 88.85달러로 장을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2.38% 오른 95.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OPEC+가 내세운 명분은 커지는 시장 변동성이다. 세계 각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중국이 코로나19 재봉쇄 조치에 나서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소비량이 줄어 국제유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의 전날 OPEC+의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는 하반기 원유 시장에서 하루 평균 90만 배럴이 초과 공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OPEC+, 감산으로 美에 경고사격 "
WSJ는 “G7의 유가상한제가 성공적으로 이행되면 국제유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종의 구매자 연합이 형성되는 셈인데, 이는 OPEC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며 “이번 감산조치는 (산유국) 카르텔의 가격 결정권을 위협하면 보복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 사격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핵합의가 달갑지 않은 사우디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산유국들로선 앙숙인 이란이 국제사회에 복귀하고, 원유가 시장에 초과 공급되는 것이 달갑지 않다. 에너지 시장 분석기업인 엔베루스의 빌 파렌 프라이스 이사는 “이번 감산 조치는 사우디가 JCPOA 복원협상 타결에 나서는 미국에 보내는 강력한 정치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헛물 켠 바이든, 비판 여론 직면 가능성
하지만 사우디는 이번 감산 조치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감산은 사우디가 주도했다”며 “사우디 등 OPEC+는 바이든 행정부의 간청을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선 바이든 비판 여론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인권단체 반대에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알려진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지만, 유가 안정이란 소득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체면을 구긴 백악관은 여론 관리에 나섰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국민은 이번 여름에 기름값이 12주 연속 내려간 걸 목격했는데 인하 속도도 10년간 가장 빨랐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을 강화하고 가격을 낮추는 데 필요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