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국 가운데 한·중·일 동북아 3국이 모두 포함된 것은 너무나 익숙한 사실이지만 최근 이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은 듯한 인물이 있다. 다름 아닌 우크라이나와 한창 전쟁을 벌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국토를 보유한 러시아는 현재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의 자연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급기야 푸틴은 지난달 스탈린이 1944년 제정한 훈장을 부활시켰다. 훈장의 명칭은 이름하여 ‘어머니 영웅상.’ 자식이 10명 이상이면서 그 10번째 아이가 돌이 될 때 앞서 낳은 9명이 모두 살아 있어야 받을 수 있는 상이다. 듣기만 해도 갑갑하다. 훈장과 더불어 100만 루블(약 2200만원) 상금과 각종 혜택이 주어지지만 나라 안팎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올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당 0.81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 감소했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율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약 46조원의 예산을 저출산 문제 극복에 투입했다고 알려졌는데 출산율은 상승할 기미가 없다. 러시아의 출산율 1.3은 물론 러시아와 우리가 처한 사회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이 다르다. 그렇지만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모스크바든 서울이든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환경이 아니라고 느낀다는 점이며, 이 부분에서 한국 여성들은 러시아 여성들보다 더 확고해 보인다. 우리의 저출산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지혜를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