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지난 달 26일 이준석 전 대표가 낸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당이 비상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근거로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점 ▶일부 최고위원이 아직 사퇴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이때문에 국민의힘은 지난 달 30일 의원총회를 열어 비상상황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당헌ㆍ당규를 개정해 새롭게 비대위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상임전국위는 또 비대위가 출범하는 즉시 ‘당 대표(당 대표 권한대행 및 직무대행 포함)와 최고위원은 그 지위와 권한을 상실한다’는 규정도 신설했다. 당초 당헌 제96조5항은 ‘비대위가 설치되면 최고위는 즉시 해산된다’고만 규정했는데, 이를 놓고 “당 대표의 권한은 그대로 살아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외에 비대위 출범 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도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참여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당헌 개정안이 확정돼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려면 상임전국위 1번, 전국위 2번을 더 거쳐야 한다. 국민의힘은 5일 전국위에서 당헌 개정안을 확정한 뒤 곧바로 전국위를 다시 열어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고, 이후 상임전국위를 열어 비대위원을 임명해 8일까지 새 비대위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전국위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새 비대위원장은)의원님들의 의견을 고루 청취해 전국위 의결이 있은 직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당 내에선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새로운 비대위에서도 다시 위원장을 맡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내에선 이날 상임전국위 의결에 대해 “또다시 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달 26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 이후 29일 개별 비대위원에 대해서도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1일에는 5일 열리는 전국위에 대해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추가로 냈다. 이날 상임전국위에서도 “이 전 대표가 다시 가처분 신청을 했을 때 법원에서 패소하는 것 아니냐”, “법원 판결은 최고위로 다시 돌아가라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수차례 나왔다고 한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비대위 출범으로 최고위는 해산됐고, 가처분 결정으로 해산된 최고위가 다시 살아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대표가 1일 성상납 의혹 등과 관련해 경찰에서 소환 통보를 받은 데 대해 권 원내대표는 “수사기관의 범죄 의혹과 관련한 소환 통보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성실하게 응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1일 서울경찰청 반부패ㆍ공공범죄수사대는 이 전 대표가 2013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과 대선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측근이 의혹 제보자에게 7억 투자각서를 쓴 의혹 등과 관련 이 전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언론 대응을 자제해오던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상황에서 억지로 내보내는 '이준석 측' 기사는 저와 어떤 것도 상의하지 않은 것”이라는 짧은 입장문을 올렸다. 한 초선의원은 “이제 가처분 신청은 그만 두고 본인에 대한 경찰 수사에 집중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당내에선 애당초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가 “섣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리위는 수사기관이 아닌데, 경찰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징계를)너무 일찍 서두른 면이 있다”며 “이 전 대표의 문제를 경찰 수사 이후에 했더라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윤핵관’의 / 이익을 / 위하는 분들 / 에너지 넘치게 파이팅”이라고 썼다. 당 관계자는 “각 문장의 첫머리만 읽으면 ‘윤리(이)위’로, 윤리위를 저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