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수당 달라” 지구대·파출소 직원 차별논란
하지만 이 지역 7개 지구대·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 90여 명의 사정은 다르다. 지구대·파출소 직원의 인사권은 여전히 경찰청장(국가경찰)이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주는 복지 수당을 받지 못한다. 이들은 범죄예방활동, 농산물 절도 방지,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자치경찰 사무와 강력사건 초동 조치 등 국가경찰 사무를 병행하고 있다.
A경위는 “자치경찰 사무는 현장과 연결돼 있어 지구대를 제외하고 업무가 불가능하다”며 “같은 자치경찰 업무를 하는데 인사권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치경찰제 도입 후 현장 업무에 큰 변화는 없다”며 “지구대 직원은 112신고 대응 같은 국가 사무와 자치경찰 사무를 함께하고 있어 이도 저도 아닌 처지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복장, 같은 건물…경찰관도 “달라진 게 없다”
자치경찰제는 전체 경찰사무 중 지역 주민과 밀접한 치안 사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지휘·감독하는 제도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자치단체가 자치경찰을 운용, 치안 서비스를 높이고 자치권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경찰서 내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 기능과 지구대ㆍ파출소 업무의 80% 정도를 자치경찰 사무로 이전했다. 자치경찰에 대한 지휘·감독은 합의제행정기구인 시도별 자치경찰위원회가 맡고 있다.
현행 자치경찰제는 경찰 조직은 그대로 둔 채 사무만 분리한 ‘일원화 모델’이다. 기존 국가경찰 조직에 업무 영역만 나눈 꼴이라 일 처리 경계가 불분명할 때가 많다. 상당수 자치경찰 담당 경찰관은 지자체 소관의 자치경찰 사무와 경찰청의 국가 사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치경찰 사무 맡은 지구대·파출소 5만명, 인사권은 경찰청장
한 부서에서 근무하지만, 지자체 복지수당을 받는 경찰과 받지 못한 경찰로 나뉘는 일도 발생한다. 경남 자치경찰은 이달부터 경남도에서 1인당 복지수당 3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경남경찰청 자치경찰부에 속한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관 20명 중 3명은 이 수당을 받지 못한다. 이들이 맡은 총포·화약·경비업 허가는 자치경찰 업무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남경찰청 소속 B경정은 “한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데, 누구는 수당을 받고 누구는 못 받으니 앞으로 불평이 안 나오겠나”라고 했다.
자치경찰 담당 경찰관 인사권은 뿔뿔이 나누어져 있다. 경찰법과 경찰공무원 임용령에 따르면 자치경찰 사무를 맡아도 경감 이하 신규채용과 면직 권한은 경찰청장이 갖고 있다. 광역단체장은 자치경찰 담당 경찰관 중 경감과 경위 승진 인사권만 행사할 수 있다. 경정 전보, 파견, 휴직·직위해제와 경감 이하 임용권(신규채용과 면직 권한 제외)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에 위임해야 한다.
“경찰서 가져오는 인사 명단 승인만” 자치경찰위 권한 한계
자치경찰 수행 경찰관의 인사권 분리는 소속 문제와 연결돼 후생복지 차별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 자치경찰 사무 수행 경찰관 1만4000여 명 중 4000여 명만 1인당 50만원의 지자체 수당을 받고 있다. 인사권이 서울경찰청장한테 있는 1만여 명의 지구대·파출소 직원은 이 혜택에서 제외됐다. 서울처럼 지자체 후생복지 대상에서 제외된 충북·강원·전북·경남 지역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은 “자치경찰제의 손발을 담당하는 경찰관을 차별하고 있다”며 속앓이 중이다.
“시도 자치경찰위 경찰청 인사시스템 접근 못해”
남기헌 충북경찰위원회 위원장은 “자치경찰을 비롯한 모든 경찰관에 대한 인사 정보를 경찰청이 갖고 있기 때문에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 경찰청장에서 갖고 오는 인사 결과를 단순하게 승인해 주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며 “자경위 사무국은 경찰청 인사시스템에 접근할 수도 없어 자치경찰 인사 대상자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자치경찰은 지방자치 사무가 국가경찰 조직에 의해 굴러가는 기형적 구조다. 정책수립, 예산 확보와 수행 주체가 달라 신규 사업 예산 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전북자치경찰위원회 예산은 추경 포함 100억 원 정도다. 인건비와 운영비는 전북도에서 지원받고, 사업 관련 예산은 자치경찰이 생기기 이전부터 국가경찰에서 하던 여성·청소년·교통 업무 등을 그대로 하고 있다는 게 전북자치경찰위원회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 이원화 모델서 일원화로 선회
외형 변화가 없는 자치경찰은 국민 인지도도 낮은 편이다. 전북 자치경찰위원회가 지난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치경찰 인지도는 45.2%에 불과했다. 김영식 서원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유니폼이나 순찰차가 달라진 것도 아니고, 112신고 대응 체계도 종전과 같기 때문에 주민들이 체감하기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이원화 모델’을 계속 검토해왔다. 시·도에 자치경찰본부를 두고, 기초단체에 자치경찰대를 별도 신설해 국가경찰 4만3000여 명을 단계적으로 이전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당·정·청은 2020년 7월 “조직 신설에 따른 비용 과다, 이원화에 따른 업무 혼선 우려” 등을 이유로 지금의 자치경찰제를 방안을 내놨다.
전문가 “현행 자치경찰은 국가경찰과 한 몸통…이원화해야”
박동균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은 “우선 파출소와 지구대를 자치경찰 소속으로 바꾸고, 장기적으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분리돼야 한다”며 “파출소와 지구대는 시민의 생명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는 곳이자 주민 서비스가 가장 밀접하게 이뤄지는 곳이어서 자치경찰에 속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