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도 자주 밥을 먹었지만 보통 한 끼 만원이 넘지 않는 식사였다. 보통 상사가 이런 식당에서 밥을 샀다면 “장난하냐” 부글부글 했겠지만 그와 함께한 사람들은 ‘부담스럽지 않게 대접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돈이라면 넘칠 만큼 있는 대기업 회장이지만, 스스로 워낙 검소한 생활을 한다는 걸 직원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평생 절약하며 살았고 대부분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개인적으로는 수십 권의 책을 남긴 저술가로 그를 기억한다. 한국에도 많은 책이 번역됐는데, 일하는 자세를 다룬 『왜 일하는가』는 지금도 널리 읽힌다.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기 위해 일을 하며 그러니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어쩌면 ‘꼰대스런’ 이야기지만 60년 경영 현장에서 끌어올린 깨달음이라 울림이 있다. 이런 구절이 있다. “‘저 친구는 참 안 됐어.’ 사람이란 모름지기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불행한 상황에 한 번쯤은 놓여보는 것도 좋다. 겨울이 추울수록 그 겨울을 견뎌낸 나무가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 지독한 고민과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일본 트위터엔 ‘이나모리씨 장례를 국장(國葬)으로’란 말이 떠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아니라, 이나모리 회장 같은 인물이 국장에 합당하다는 생각이다. 정작 그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졌고, 회사 측은 장례가 끝난 후에야 그의 죽음을 공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