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학원들의 감언이설과는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판교에 취업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개발자에 도전했지만 많은 이들이 구직시장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특히 인문학, 사회과학 등을 전공한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 준비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프론트엔드(웹페이지 등 사용자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을 구현하는 일) 직군 취업을 원하는 박모(29)씨는 세 번이나 부트캠프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취업하지 못했다. “20곳 넘게 이력서를 보내고 채용 면접도 봤지만 마땅한 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며 “작년에 신입채용을 한다고 해도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기업도 올해는 소식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개발자 인기에 전직 도전 문과생 고배
서울 4년제 대학에서 미디어 관련 전공을 한 신모(30)씨는 사무직으로 2년 일하다 개발자 전직을 결심했다. 올해 5개월 동안의 부트캠프를 끝냈으나 여전히 구직 중이다. 신씨는 “취업이 잘되고 처우도 좋다고 해서 개발자 전직을 준비했던 건데 구직시장이 많이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 “경력·유관 전공 우대”
실제로 IT 부문 채용 시장의 경력자 우대 경향은 올해 들어 뚜렷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지난 7월 발간한 소프트웨어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소프트웨어 부문 채용예정 인원은 신입직은 5700명, 경력직은 1만600명이었다. 2021년(신입직6600명·경력직8900명)에 비해 전체 채용 규모는 늘었지만, 신입 채용이 감소한 것이다.
비전공 신입 개발자도 닥치는 대로 뽑던 지난해의 분위기 찾아볼 수 없다. 올해 실적 저하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는 인건비 부담 증가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00명에서 올해 700명 수준으로 채용 규모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회사 베스파는 지난 7월 90% 이상의 직원을 권고사직케 해 뉴스가 됐다. 비전공자 출신으로 앱 개발 분야에 구직 중인 장모(29)씨는 “면접까지 갔지만 대놓고 경력이 부족해 어렵겠다는 말도 들어봤다”고 말했다,
공급은 초급, 수요는 고급…“학원 출신 거른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 교수는 “개발자라고 하면 무조건 억대 연봉일 것이라는 환상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고숙련 개발자들과 저숙련 개발자 처우가 완전히 이원화돼 있다”며 “정부도 개발자들 사이의 임금 차이, 처우 등에 대한 정보가 구직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