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총재의 입도 전 국민이 바라보게 됐다. 게다가 그 입의 주인공도 화려한 경력과 전문성을 자랑하는 이창용 총재다. 이 총재는 “당분간 0.25%포인트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 등의 솔직한 발언을 쏟아낸다. 모호성을 뒀던 전임 총재와 다른 직설 화법이다. 금융권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다만 발언이 쌓일수록 반대 의견도 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이후론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투자한 사람들은 자기책임하에 손실이든 이익이든 모두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총재가 직접 나서 시장에 경고성 메시지를 던질 줄 몰랐다”며 “이 총재의 발언 때마다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부담된다”고 말했다.
역대 한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말을 아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다. 전략적 모호함을 소통의 덕목으로 삼기도 했다.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더 그랬다. 본인이 한 말이 언젠가는 ‘말빚’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Fed에 맞서지 말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힘이 그만큼 강해서다. 굳이 자본시장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한은에도 맞서지 말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치솟는 대출금리에 한은의 위력을 체감하는 이들도 많다. 이 총재의 말의 무게도 그만큼 무거워졌다. 무거운 말도 많이 쏟아지다 보면, 언젠가 그 무게가 점차 가벼워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