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대표가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지난 26일 인용된 이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이 노골적으로 분화하고 있다. 이른바 ‘이준석 사태’가 여권 핵심부의 전열을 흐트러뜨리고 찢어놓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안 그래도 코너에 몰린 윤핵관 그룹이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권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의원총회장에서 비등한 상황에서 또 다른 책임론도 제기됐다. 권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과 함께 윤핵관의 원조 격인 윤한홍 의원이 “연판장을 주도했던 의원들도 나와서 한 말씀 하라”고 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신(新) 윤핵관’으로 불리는 배현진 의원이 전격적으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직후 박수영 의원의 주도로 초선 의원 32명이 “신속한 비대위 전환을 촉구한다”는 연판장을 돌린 걸 언급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 전환에 부정적이었는데, 이 연판장이 비대위로의 전환을 촉진했기 때문에 권 원내대표 외에 이 32명도 현 상황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취지다.
다른 윤핵관 그룹과 달리 그동안 정치적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던 윤 의원이 나서자 당내에선 “권 원내대표를 옹호하고, 장제원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핵관 내부에서도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한홍 의원이 가깝고, 장제원 의원과 박수영 의원이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사실 윤핵관 그룹은 이번 법원 결정 이전부터 이미 분화의 과정을 밟아왔다. 장제원 의원을 필두로 친윤계 의원 모임 ‘민들레’가 추진될 때 권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고, 이 전 대표 징계 뒤 당의 진로를 놓고도 ‘직무대행 체제’(권성동)와 ‘비대위 체제’(장제원)로 의견이 갈렸다.
이 전 대표 징계 직후인 지난달 10일의 윤 대통령-윤핵관 3인방(권성동·윤한홍·이철규) 만찬,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교통정리 된 다음날(11일) 의원총회에 장제원 의원이 연거푸 불참하면서 이상 기류가 노출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은 지난달 15일 단독 오찬을 하며 화해의 장면을 연출하려 했지만 서로를 “브라더”라고 칭했던 과거로 돌아가긴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선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윤핵관 책임론’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조경태(5선)·윤상현(4선)·김태호(3선) 등 중진 의원들은 지난 27일 의총에 이어 28일에도 기자회견·페이스북을 통해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 뿐만 아니라 윤핵관 전부를 싸잡아 “물러나라”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의총에서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화해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측근과 실세는 억울해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당분간 2선 후퇴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 징계 결정 때부터 윤핵관을 ‘조폭’(조직폭력배)이라 비판했던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도 페이스북에 “윤핵관들은 조폭처럼 굴지 말고 물러나라”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