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왜 제게 묻느냐.”(국민권익위원회 임모 기조실장)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밀정’이란 단어가 툭 튀어나왔다. 밀정은 ‘비밀을 정탐하거나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비위 의혹을 감사원에 제보한 내부자 색출작업을 벌였다. 제보 당사자로 임 기조실장이 지목됐다. 야당 의원들은 ‘밀정’‘프락치’‘승진청탁’ 등의 단어를 쓰며 임 실장을 몰아붙였다. 임 실장은 제보를 부인하면서도 “부패방직권익위법에 의하면 공익신고자 비밀규정이 있다. (제가 제보자란) 말을 퍼트린 사람은 공익신고자법 위반 소지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전 위원장은 이를 가만히 지켜보다 “위원장으로서 송구스럽다, 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무위원회의 여당 의원은 “제보의 사실 여부를 떠나 공익신고자 보호 주무부처인 권익위의 국회 보고에서 제보자 색출 작업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유감”이라고 했다.
권익위가 공익신고자 문제로 정국의 중심에 섰던 건 이번뿐이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도 ‘내부 제보자’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국정농단 사태와 같이 정권이 기울었던 시기나, 정권이 교체된 직후 전임 정부를 겨냥한 제보가 많았다. 여야는 그때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공익 신고”와 “정권 줄대기 폭로”라 맞섰다. 정권의 시기와 상관없이 예상치 못한 고발도 터져 나왔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문재인 정부때다.
文정부 집권 2년 차에 대형 폭로터져
박근혜 정부에선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내부 고발자 역할을, 이명박 정부에선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로 관련자들이 징역형에 처해졌다. 폭로로 정국이 소용돌이치며 이들 역시 대가를 치렀다. 김 전 수사관은 공무상 비밀누설혐의로 고발당해 지난 8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장 전 주무관도 유죄를 피하지 못해 공직과 연금을 박탈당했다. 신 전 사무관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 병원에 한 달 간 입원했다.
“메신저보단 메시지에 집중해야”
공익제보자 지원 단체인 호루라기재단의 이영기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선 공익의 정의를 둘러싸고 정파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해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익신고와 공익신고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고위직에 대한 내부 제보는 자정 작용의 필요성을 위해 그 자체로 보호돼야 한다”며 “여전히 한국사회의 공익신고는 부족하다. 활성화를 위해 제보자의 신원보단 제보 내용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