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격포항에서 뱃길로 50분. 위도로 가는 길은 멀었지만, 위도상사화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해변 언덕과 길섶, 고추·도라지 따위가 뿌리내린 텃밭에도 위도상사화가 하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도라지 캐던 어르신이 “이놈들이 생명력이 어마어마해서 한번 뿌리내리면 무더기로 올라온다”고 일러줬다. 흐트러짐 없이 꼿꼿이 선 위도상사화의 자태는 여느 꽃과 다른 매력이 풍겼다.
순백색 꽃물결 장관 … “28일께 만개 전망”
상사화(相思花)는 잎이 나는 시기와 꽃이 피는 시기가 전혀 다른 데서 연유한 이름이다. 순백색 상사화는 귀하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품종이고, 유독 위도에서 자생하는 터라 ‘위도상사화’라 이름 붙었다. 8월 말에서 9월 초 잠시 만개하는데, 이때를 맞춰 전국 각지에서 야생화 사진 동호인이 몰려든다. 코로나 여파로 멈췄던 ‘위도상사화 달빛축제’도 27일 3년 만에 재개할 예정이다.
위도해수욕장과 섬 최남단 전막리 노을 전망대 주변이 대표적인 위도상사화 군락이다. 해수욕장 뒤편 언덕은 들녘 전체가 위도상사화여서 바람이 일 때마다 하얀 물결이 일었다. 전막리는 위도상사화와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컸다. 최만(64) 문화관광해설사는 “큰 장마를 피해간 덕에 여느 때보다 꽃이 곱다”며 “28일께 만개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위도에 머무는 동안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위도산 제철 해산물을 다루는 횟집이 곳곳에 있었다. 어디든 갖은 해산물과 젓갈이 기본 반찬으로 깔렸다.
조기 파시는 까마득한 추억이 됐지만, 황금어장의 명성은 그대로다. 감성돔·갑오징어·우럭·농어 등 온갖 갯것이 위도 앞바다를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다. 계절마다 먹는 재미가 클 수밖에 없다.
꼭 맛봐야 할 얼큰·시큼 ‘아나고톳탕’
이맘때 위도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이 ‘아나고톳탕’이다. 하루쯤 말린 붕장어에 톳을 곁들여 얼큰하게 끓인 음식이다. 최보영(41) 문화관광해설사는 “위도 사람의 소울푸드”라고 말했다. “쿰쿰한 냄새 때문에 아예 입에 못 대는 사람도 있다”고 했지만, 도시인 입맛에도 의외로 잘 맞았다. 얼큰한 국물, 시큼한 듯 담백한 붕장어가 입에 착착 감겼다. 위도의 음식도 위도상사화처럼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묘한 힘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