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김혜경, 경찰 조사 5시간만에 귀가.."李는 몰랐나"엔 침묵

중앙일보

입력 2022.08.23 17:36

수정 2022.08.2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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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씨에게 법인카드 사적 유용 지시하셨습니까?
이재명 의원은 전혀 몰랐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56)씨가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23일 오후 1시 45분쯤 경기남부경찰청에 변호사와 함께 출석한 김씨는 약 5시간만인 오후 6시 50분쯤 조사를 마치고 나와 귀가했다. 김씨를 기다리던 기자들이 조사를 전후해 질문을 쏟아냈지만, 김씨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김씨가 경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경찰은 이날 김씨가 최측근이자 경기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인 배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을 지시했거나, 이를 알면서도 묵인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김씨와 이 의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씨는 법인카드 사용을 지시한 적 없고, 법인카드의 부당사용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필요한 질문은 다 했다”며 “현재로써 계획된 추가 소환은 없다”고 말했다.

조사가 끝난 뒤, 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부하직원을 제대로 관리 못하고, 제 아내가 공무원에게 사적 도움을 받은 점은 국민께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배우자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소환 조사는 공직선거법 혐의 공소시효 만료를 17일 앞두고 이뤄졌다. 국민의힘 등은 지난해 4~10월 음식 배달 등 사적 심부름에 경기도 소속 공무원을 동원하고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의혹(직권남용·국고손실 등)으로 지난해 12월 김씨를 고발했다.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 의원 측이 관련 의혹을 부인하자 국민의힘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 혐의로 추가 고발하면서 단기 공소시효(선거일 후 6개월) 적용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3월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 관련 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오는 9월 9일이다. 


배씨는 지난 2월 입장문에서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 “이 의원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는 등 단독 범행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경찰은 배씨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을)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사건을 맡은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4월부터 수도권 식당 129곳과 경기도청 등을 압수수색하고, 지난달 배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경찰은 이르면 이달 안에 선거법 위반 사건부터 우선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의원 관련 사건이 많아, 선거법만 따져 먼저 송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윤희근 경찰청장도 김씨의 의혹과 관련해 “공소시효에 지장 없이 마무리하겠다”며 “(선거법 위반 사건들을) 가능하면 이번 달 안에 검찰과 협의해 사건을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