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관세청에 따르면 8월 1~20일 수출액은 ICT 품목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62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5% 줄었다. 무선통신기기(-24.6%), 컴퓨터 주변기기(-32.8%)는 감소 폭이 더 컸다. 10대 수출 품목 중에서 승용차(22%), 선박(15.4%), 자동차 부품(8.9%) 등이 뚜렷한 증가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특히 반도체는 월말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6월 이후 26개월 만의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잔뜩 찌푸린 하반기 ICT 수출 기상도는 상반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ICT 수출액은 1226억 달러(약 164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9%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1030억 달러)를 넘어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품목 대부분이 고르게 증가했다. 중국·미국 등 주요 5개국으로의 ICT 수출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를 보면 최근 수출 증가세 하락은 지난해 30~40%씩 성장한 데 따른 역기저 효과가 가장 크다. 올해 상반기 수치가 유독 잘 나오긴 했는데 하반기엔 성장세가 계속 둔화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수요가 위축되고 경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현재로썬 반등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공급 과잉, 재고 증가 등으로 3분기 소비자용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최대 18% 떨어질 거라고 전망했다. 19일 나온 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기술력 강화 속에 반도체 제조용 장비, LCD(액정표시장치)의 대(對)중국 수출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다.
그렇다 보니 ICT 수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21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에서 자동차(137), 조선(115)은 9월 수출 전망 PSI가 100을 훌쩍 넘겼다. 반면 반도체(70), 휴대폰(88)은 100을 밑돌았다. 100을 상회할수록 전월 대비 개선 의견이 더 많고, 그 반대면 악화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무역을 견인하는 ICT 업황이 어두우면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길이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 올 상반기 전체 수출액 대비 ICT 수출액 비중은 35%에 달한다. 반도체 경기가 악화할 경우 국내 기업들도 신규 투자 속도를 늦추거나 생산 라인을 조절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이달 중에 종합적인 수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19일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수출 대책을 마련하고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등 구조적인 무역 체질 개선 노력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