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핵 보유 5개국은 그 어느 때보다 분열돼 있다. 이번 평가 회의에서 미국·영국·프랑스는 러시아·중국과 완전히 다른 입장이다. NPT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핵보유국이 권리만 누릴 것이 아니라 비확산 책임과 핵 군축 의무를 다해야 한다.
조약 발효 52주년, 핵보유국 분열
북한의 핵도발 위협도 계속 세져
윤 정부, 비핵정책 국제연대 절실
북한의 핵도발 위협도 계속 세져
윤 정부, 비핵정책 국제연대 절실
이번 NPT 평가 회의에서 핵보유국들의 소극적 안전보장과 적극적 안전보장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이 제기되고 있으나,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이런 조항을 담은 공동합의문 채택이 어려운 상황이다. 핵보유국이 핵 보유의 정당성을 보장받으려면, NPT 체제에서 핵 군축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30년 동안 80% 핵 군축 성과가 있었지만, 2017년 이후 핵 군축은 멈추고 있다.
중국은 핵보유국으로서 권리만 누려 왔고, 핵 군축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의 중거리핵무기폐기협정(INF)에 무임승차하면서 미국의 태평양함대를 무력화할 중거리 핵미사일을 증강해온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이 2018년 미·러·중 3자의 핵 군축 회담을 제안했지만, 중국은 NPT 회원국들의 핵 군축 동참 요구까지 묵살하고 있다.
핵보유국들의 미진한 핵 군축 속도에 불만인 비동맹국가들이 주도해 “핵무기를 지구 위에서 모두 제거하자”며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발의해 86개국이 서명하고 66개국이 비준함으로써 지난해 유엔 국제조약으로 발효됐다. 이번 NPT 평가 회의에서 TPNW 운동이 활발하지만, 핵보유국과 그 동맹국들이 단체로 거부하고 있다. 향후 NPT와 TPNW의 불편한 동거로 NPT 체제는 적잖은 도전을 받을 것이다.
이번 NPT 회의에서 두 번째로 큰 이슈는 북한의 7차 핵실험 협박과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이다.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북한이 모든 도발을 중단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비핵화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이 선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하며 유엔 안보리의 추가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적어도 북한을 포함한 인도와 파키스탄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서명해 핵실험만이라도 영구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증가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대한민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50~70%나 된다. 윤석열 정부는 핵무장 지지 여론이 높아도 비핵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활용해 더 강력한 핵 확장억제 제도화를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 이번 NPT 평가 회의에서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한국의 비핵 정책과 안보정책을 지지하도록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용섭 국제안보교류협회장, 전 국방대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