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최하위' 호남 당심 또 싸늘…"지리멸렬 민주 극도로 실망"

중앙일보

입력 2022.08.22 02:00

수정 2022.08.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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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호남의 당심(黨心)으로부터 싸늘하게 외면받았다. 20~21일 진행된 민주당 호남권 권리 당원 투표율(전북·전남·광주 합산)은 35.49%로 지금까지 누적된 권리당원 평균 투표율(36.44%)보다 낮았다.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 118만명 가운데 42만3600여명(35.9%)이 포진한 호남권은 이번 전당대회 최대 승부처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날 확인된 건 처참한 흥행 실패였다. 광주 권리당원 선거인단 9만 2154명 중 34.18%(3만1495명)만이 투표에 참여하면서다. 전날 실시된 전북 권리당원 투표율(34.07%)도 이날까지 치러진 전국 15개 광역 시·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광주가 전국 최저 득표율(37.7%)을 기록한 데 연이어, 당 최대 이벤트인 전당대회에서 마저 ‘투표 포기’ 사태가 속출하자 당내에선 “대선·지선 패배 이후 반성 없이 지리멸렬한 행보를 계속해 온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것이 빤한 상황 속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의식화돼있는 호남권 당원들이 투표 거부로 이를 심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번 전당대회에 처음 도입한 순회 경선 방식을 투표율 저하의 원인으로 꼽는다. 전당대회 당일에 일제히 전국 단위 투표를 했던 2021년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율(42.74%)과 2020년 전당대회(41.03%)에 비하면 낙폭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호남권의 한 의원은 “경선 초반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확고해지면서, 전당대회 열기는 갈수록 시들해졌다”고 분석했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21일 전남 강진군 제1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남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뉴스1

참여 인원이 줄어들면서 비명계 최고위원 주자들의 ‘막판 뒤집기’ 시도도 불발됐다. 누적 득표율 집계 상, 정청래 후보가 26.40%로 1위를 유지했고, 2위인 고민정 후보(23.39%)를 제외하곤, 서영교(10.84%)·장경태(10.84%)·박찬대(9.47%) 등 친명계가 당선권인 5위 안을 지켰다. 유일한 호남 출신 송갑석 후보(광주 서구갑)는 광주(22.27%)·전남(14.55%)에서 반등을 일으켰지만, 전북(4.67%)에서 한 자릿수 득표에 머무르며 누적 집계 상 6위(9.09%)에 그쳤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윤영찬(6.63%)·고영인(3.34%) 후보도 당선권 밖이었다.   
 
이번에도 호남 후보가 낙선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자 당내에선 호남 정치력이 약화될 거란 우려도 고조됐다. 앞선 두 차례 전당대회에서도 전북의 한병도 의원(11.14%)과 전남의 서삼석 의원(11.11%)이 각각 호남 단일주자로 최고위원에 도전했으나, 연거푸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권 국회의원들이 중앙 정치의 역할을 고민하기보다, 저마다 지역에서 재선·3선에만 주력하다 보니 ‘정치 변방화’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최대 득표율 코앞…낮은 투표율은 걸림돌

21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박용진 당 대표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호남에서도 ‘어대명’ 기류엔 흔들림이 없었다. 이 후보는 전날 전북(76.81%)에 이어 이날 광주 78.58%·전남 79.02%를 기록하며 누적 득표율 78.35%로 승기를 굳혔다. 반면 전북 출신 박용진 후보는 전북(23.19%), 광주·전남(21.42%·20.98%)에서 20% 초반의 벽을 깨지 못했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전남에서도 80%대에 육박한 득표율을 이어가며,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 득표율을 경신하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건 2020년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이낙연 전 대표(60.77%)다.

 
이 후보는 이날 결과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남과 광주 당원 동지 여러분의 높은 지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는 “마지막 대의원 투표가 선거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모르겠지만, 대의원 동지들의 당에 대한 고민과 애정이 누구 못지않게 크실 거라 생각한다”며 막판 대의원 표심 반전에 기대를 걸었다.   
 
다만 낮은 투표율이 이 후보 향후 행보의 걸림돌이 될 거란 전망도 있다. 아무리 최고 득표율로 선출되더라도 과거보다 투표율이 낮아지면, 이 후보가 공언해 온 ‘민주당 혁신’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명 성향의 중진 의원은 “강성 지지층들의 세가 실려 득표율 자체는 높았을지 모르지만, 실상 대부분의 당원은 체념을 택한 것 아니냐. 이대로라면 당내 분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 후보 측은 “투표율이 높아야, 이 후보에게 힘이 실린다”며 투표 독려 총력전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27일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끝으로 권리당원 경선(40%)을 마무리하고, 여기에 28일 전당대회 당일 전국 대의원 투표 결과(30%)와 1·2차 국민여론조사 결과(25%), 일반 당원 여론조사(5%)를 합산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최종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