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친한 언니가 갑자기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면서다. A씨는 “갑자기 부고 연락을 받고 놀랐다”라며 “언니가 39살인데 어린 두 딸이 있다. 어느 날 첫째 딸이 깨워도 못 일어났다고 하더라. 평소 혈압도 괜찮았다고 하는데 사인이 뇌출혈이었다”고 했다. A씨는 “안 그래도 뉴스에서 젊은 층 뇌출혈 소식이 들려 걱정되는데 두통까지 있어 신경이 쓰인다”며 “건강검진 때 뇌 사진을 찍어봐야 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뇌출혈 10명 중 1명은 30~40대, 적지만 20대도
“뇌 혈관 검사 받아봐야 하나” 고민하는 젊은 층
고혈압을 앓는 게 아니라면, 젊은 나이에서 생기는 뇌출혈은 뇌동맥류가 파열되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얘기이다. 서울성모병원 신용삼 신경외과 교수는 “고혈압성 뇌출혈은 혈압이 높은 사람에서 뇌혈관이 터지는 것”이라며 “혈압에 문제없다면 해당 안 된다”라고 했다. 신 교수는 “동맥류로 인한 뇌출혈은 전혀 다르다”라며 “후천적으로 혈관이 약해지고, 이 부분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가 흡연·스트레스 등의 요인에 의해 파열하는 것”이라고 했다.
증상 없는 뇌동맥류, 터지면 극심한 두통
신 교수는 “처음부터 뇌동맥류가 심하게 터지면 의식이 나빠질 수 있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터지고 난 뒤 피딱지가 생기면서 피가 잠시 멎는다. 이때 조처해야 재출혈을 막는다”고 했다.
30대라도 가족력 있다면 검진 받아봐야
젊은 층 중에서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는 게 신 교수 얘기이다. 그는 “30대에서 뇌출혈이 생길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검사를 권유하지는 않는다. 다만 뇌동맥류가 있고 파열됐던 적이 있는 부모에게는 혹시 30대 자녀가 있다면 해보게 권유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50대 이상이라면 한 번 정도 검사를 해보는 게 좋고, 40대도 가능하다면 해보는 게 나쁘지 않다”고 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뇌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을 찍는 수검자 가운데 평균 5% 정도에서 뇌동맥류가 발견된다고 한다.
신 교수는 “동맥류가 있어도 위험해 보이는 일부에 한해 치료하고 나머지는 추적 관찰한다”라며 “보통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평생 아무 일 없이 사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가 발견됐다고 크게 패닉(극심한 공포) 할 필요는 없다”라고 했다. 신 교수에게도 매일 20명 정도의 신규 환자가 “머릿속에 시한폭탄(뇌동맥류 의미)이 발견됐다”며 찾아오는데 모두 다 수술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뇌동맥류, 위치·크기 따라 치료
신 교수는 “통상 뇌동맥류 크기가 4, 5㎜ 정도면 치료할 기준은 되는데, 더 작은 크기라도 위치가 위험하면 치료할 수 있고 더 크더라도 위치에 따라 두고 보는 경우도 많다”라며 “전문가의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머리를 열고(개두술) 파열된 동맥류를 묶거나 색전술(혈관 내 색전을 이용해 출혈을 억제) 방식으로 뇌출혈을 치료한다. 색전술이 70% 정도라고 한다.
신 교수는 “처음부터 출혈이 심한 게 아니라면 병원에만 제때와도 정상적으로 회복한다”라며 “고혈압성 뇌출혈은 뇌 안의 작은 혈관이 터지면서 뇌를 망가뜨려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지만, 뇌동맥류는 뇌지주막하출혈로 머리 안 공간에 출혈이 생기는 것이다. 재출혈을 막으면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절반 정도 된다”고 했다. 젊더라도 평소 혈압이 어떤지 확인하고, 흡연은 뇌출혈 위험을 높이는 요인인 만큼 주의하는 게 좋다고 신 교수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