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30대 언니의 부고…강수연도 앗아간 '공포의 병'

중앙일보

입력 2022.08.21 05:00

수정 2022.08.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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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친한 언니가 갑자기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면서다. A씨는 “갑자기 부고 연락을 받고 놀랐다”라며 “언니가 39살인데 어린 두 딸이 있다. 어느 날 첫째 딸이 깨워도 못 일어났다고 하더라. 평소 혈압도 괜찮았다고 하는데 사인이 뇌출혈이었다”고 했다. A씨는 “안 그래도 뉴스에서 젊은 층 뇌출혈 소식이 들려 걱정되는데 두통까지 있어 신경이 쓰인다”며 “건강검진 때 뇌 사진을 찍어봐야 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뇌출혈 10명 중 1명은 30~40대, 적지만 20대도   

지난 5월 50대 배우 강수연에 이어 이달 30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와 웹툰 작가 등이 뇌출혈로 사망하며 젊은 층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씨처럼 예방 차원에서 뇌 검진을 받아봐야 하나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뇌 혈관 검사 받아봐야 하나” 고민하는 젊은 층

뇌출혈 이미지.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뇌출혈(출혈성 뇌졸중) 환자는 모두 38만6459명으로, 이 가운데 30~40대가 12%를 차지한다. 남성에서 2만8236명, 여성에서 1만7367명 등 총 4만5603명의 30~40대에서 뇌출혈이 발생했다. 드물긴 하지만, 20대 환자도 2955명(남성 1742명, 여성 1213명) 된다.
 
고혈압을 앓는 게 아니라면, 젊은 나이에서 생기는 뇌출혈은 뇌동맥류가 파열되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얘기이다. 서울성모병원 신용삼 신경외과 교수는 “고혈압성 뇌출혈은 혈압이 높은 사람에서 뇌혈관이 터지는 것”이라며 “혈압에 문제없다면 해당 안 된다”라고 했다. 신 교수는 “동맥류로 인한 뇌출혈은 전혀 다르다”라며 “후천적으로 혈관이 약해지고, 이 부분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가 흡연·스트레스 등의 요인에 의해 파열하는 것”이라고 했다.
 

증상 없는 뇌동맥류, 터지면 극심한 두통 

고혈압성 뇌출혈과 달리 동맥류로 인한 뇌출혈은 미리 스크리닝(검진)할 수 있다고 신 교수는 설명했다. 뇌동맥류를 증상으로 알긴 어렵지만 뇌혈관 검사를 해보면 혹시 있더라도 터지기 전에 발견할 수 있다. 신 교수는 “보통 두통이 있다고들 하는데, 두통과 동맥류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며 “뇌동맥류는 터졌을 때만 증상이 나타나고 이때의 두통은 평생 경험하지 못한, 망치로 맞는 듯한 두통”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처음부터 뇌동맥류가 심하게 터지면 의식이 나빠질 수 있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터지고 난 뒤 피딱지가 생기면서 피가 잠시 멎는다. 이때 조처해야 재출혈을 막는다”고 했다. 

배우 강수연은 지난 5월 5일 자택에서 뇌출혈에 의한 심정지로 쓰러진 뒤 의식을 찾지 못하고 7일 사망했다. 뉴스1

 

30대라도 가족력 있다면 검진 받아봐야

뇌출혈은 골든타임이 없다고 신 교수는 말했다. 다만 통상 24시간 내에는 수술하는 게 좋다고 한다. 병원에서 뇌압을 낮추는 등의 조처를 한다고 전제한다면 최대 72시간 이내에 수술해야 재출혈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젊은 층 중에서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는 게 신 교수 얘기이다. 그는 “30대에서 뇌출혈이 생길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검사를 권유하지는 않는다. 다만 뇌동맥류가 있고 파열됐던 적이 있는 부모에게는 혹시 30대 자녀가 있다면 해보게 권유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50대 이상이라면 한 번 정도 검사를 해보는 게 좋고, 40대도 가능하다면 해보는 게 나쁘지 않다”고 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뇌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을 찍는 수검자 가운데 평균 5% 정도에서 뇌동맥류가 발견된다고 한다.
 
신 교수는 “동맥류가 있어도 위험해 보이는 일부에 한해 치료하고 나머지는 추적 관찰한다”라며 “보통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평생 아무 일 없이 사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가 발견됐다고 크게 패닉(극심한 공포) 할 필요는 없다”라고 했다. 신 교수에게도 매일 20명 정도의 신규 환자가 “머릿속에 시한폭탄(뇌동맥류 의미)이 발견됐다”며 찾아오는데 모두 다 수술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뇌동맥류, 위치·크기 따라 치료 

치료 여부를 결정짓는 위험 요인은 가족력과 뇌동맥류의 크기, 위치 등 몇 가지가 있다. 
 
신 교수는 “통상 뇌동맥류 크기가 4, 5㎜ 정도면 치료할 기준은 되는데, 더 작은 크기라도 위치가 위험하면 치료할 수 있고 더 크더라도 위치에 따라 두고 보는 경우도 많다”라며 “전문가의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뇌동맥류 파열로 생기는 뇌지주막하출혈.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뇌동맥류는 뇌 MRA나 CTA(뇌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로 발견할 수 있다. 방사선 노출이 없고 10분 안팎이면 찍을 수 있는 MRA를 통상 권한다. 
 
머리를 열고(개두술) 파열된 동맥류를 묶거나 색전술(혈관 내 색전을 이용해 출혈을 억제) 방식으로 뇌출혈을 치료한다. 색전술이 70% 정도라고 한다. 
 
신 교수는 “처음부터 출혈이 심한 게 아니라면 병원에만 제때와도 정상적으로 회복한다”라며 “고혈압성 뇌출혈은 뇌 안의 작은 혈관이 터지면서 뇌를 망가뜨려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지만, 뇌동맥류는 뇌지주막하출혈로 머리 안 공간에 출혈이 생기는 것이다. 재출혈을 막으면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절반 정도 된다”고 했다. 젊더라도 평소 혈압이 어떤지 확인하고, 흡연은 뇌출혈 위험을 높이는 요인인 만큼 주의하는 게 좋다고 신 교수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