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몸조리의 필요성은 국가 간에 차이가 없지만, 대처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산모가 출산 후 산후조리원 같은 시설에 입소하지 않는다. 그런 시설이 없기도 하거니와, 산모 본인은 물론이고 배우자도 장기간의 출산 휴가(maternity leave)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집에서도 부부끼리 요양이 가능해서다. 대신 전문적인 산모 돌봄에 구멍이 생길 수 있으니 국가나 지자체 등의 보조로 전문적인 산후조리 인력이 가정에 파견되어 산모를 돕는데, 한국에서는 남성 육아휴직과 돌봄 인력 지원이 모두 없다시피 하단 게 문제다.
2020년 기준 국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은 24%에 불과했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곤 있지만, 여전히 산후조리를 돕기에는 턱없이 낮은 비율이다. 게다가 전문적인 산모 돌봄 인력이 지원되지도 않으니, 산모 돌봄은 아직도 국내에선 제도적으로 거의 방치 상태다. 과거에는 끈끈한 가족문화에 기대, 친정엄마가 그림자 노동 형태로 산모를 돌봤지만 이런 가족문화조차 변화하자 산모 돌봄에 다시 빈틈이 생겼다. 산후조리원은 이 자리를 영리하게 채운 것에 가깝다.
같은 조사에서 가구소득이 월 200만원 미만인 가정의 산모는 고작 58%만이 산후조리원에서 전문적인 돌봄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소득수준에 따라 전체 산후조리 기간도 차이가 났다. 소득 최저구간 산모는 소득 최고 구간 산모보다 산후조리 기간이 무려 12일이나 짧았다. 육아나 교육 부담 경감 이전에 출산 직후 산모의 건강관리 격차조차 벌충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거시적인 구조 개혁도 중요하겠지만, 당사자인 산모의 돌봄 문제조차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박한슬 약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