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야
이게 왜 중요해
② 갈등의 씨앗 : 카카오가 잃은 것도 있다. 구성원들의 신뢰다. 사모펀드와 매각이 논의되던 당시 CAC는 카모 직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메신저 회사와 택시회사는 결이 다르다”면서 카카오가 빠지는 게 카모의 성장에는 더 나은 결정이라고 딱 잘라 말해 내부 반발을 샀다. 카모의 한 직원은 “이미 구성원들은 상처를 크게 받았다. 마음을 추스리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지만 더는 회사를 전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파는 이유는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대내외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지분 매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설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카모의 노조 가입률은 80% 이상까지 치솟았다. 새 정부의 모빌리티 규제 완화 기조도 매각 계획을 접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PE는 싫다“는 인재들: 기술 기업은 사람, 특히 개발 역량이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런데 카모 개발자를 비롯한 전 직원이 새주인 후보 사모펀드를 강하게 거부했다. 장기적인 기술 투자보다 단기 수익성 제고 중심으로 회사를 경영할 것이란 우려였다. 인수후 기업가치를 빠르게 올려 되파는 게 사모펀드의 이익 창출 방식이기 때문. 카카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테크기업 특성상 사람이 빠져나가면 존속할 수 없다”며 “사람이 전부인 회사에서 직원들이 반대하는 매수자에게 지분을 매각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카카오T의 재평가: 카카오는 카모 매각 시도를 계기로 모빌리티 플랫폼의 잠재력을 재확인했다. 이번에 카카오 안팎에서는 ‘죽 쒀서 개 준다’는 평가들이 새어 나왔다. 카모는 가입자 3100만명, 택시 호출 90%를 점유한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카카오T)을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가 강화되면서 카모를 팔면 독점 수준의 1등 플랫폼을 카카오가 다시 갖기는 어려울 것이란 아쉬움도 컸다. 게다가 카모는 물류·자율주행·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각종 미래 모빌리티 사업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다. 재무적으로도 개선되고 있었다. 2020년엔 영업손실 129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엔 설립후 첫 흑자(영업이익 126억원)를 기록했다. 카카오의 자회사 쪼개기 상장이 비난 받고, 증시 상황도 나빠지면서 카모 기업공개(IPO) 일정이 틀어지긴 했지만, 기업가치를 올릴 재료들은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게다가 최근 ‘택시대란’으로 정부의 모빌리티 규제 완화 가능성도 커졌다. 국토부가 택시난 해결책으로 수요·공급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탄력요금제를 검토한다고 밝히는 등 규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다. 꼭 지금 팔지 않아도 훗날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앞으로는
카카오 본사는 카모가 수익성보다는 사회적 상생에 집중하길 바라는 분위기다. 이날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CAC는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혁신에 기반해 교통 문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 모빌리티 생태계의 성장을 카카오모빌리티가 계속해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사 중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일부 투자자는 지분 매각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카카오 본사에 남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당분간은 상장이나 수익성 제고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