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17일 제9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영등포구 여의대로6길 17번지 일대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여의도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준공 40년 이상 아파트 16개 단지(7746가구) 가운데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공작아파트가 처음이다. 여의도 내 아파트 단지 중에서 시범·광장·목화 등 11개 노후 단지가 포함된 여의도 아파트지구의 경우 정비구역으로 간주하는 규정이 아직 남아 있지만,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정비계획을 따로 수립해 심의를 받아야 한다.
공작아파트는 초원·서울·진주·수정 아파트와 함께 여의도 상업지역에 위치해 있다. 1976년 입주를 시작한 노후 아파트로 현재 373가구(최고 12층)가 산다. 이번 서울시의 정비구역 지정을 통해 공작아파트는 최고 49층에 582가구 규모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상업지역이라 금융업무시설 등도 함께 들어선다. 용적률은 267%에서 490%로 늘어난다. 다만 시는 이번 심의에서 공공보행통로를 조성하고 공공주택은 1∼2인 가구 수요가 많은 도심 특성을 고려해 평형을 조정하도록 하는 등 사업계획 승인 전까지 추가 보완하는 조건으로 재건축 계획을 승인했다.
서울에서도 노후도가 특히 심한 여의도 일대 아파트 단지는 2006년 오세훈 시장 시절에 통합 개발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기부채납 비율 등에 관한 이견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흐지부지됐다. 또 2018년 7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여의도 통개발(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후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다 지난해 4월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오 시장은 지난 3월 최상위 도시계획안인 '2040 서울플랜'(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여의도를 3대 도심으로 지정했다. 그동안 한강 변 재건축을 가로막아온 '35층 룰'도 폐지하기로 했고, 용도지역 개편을 통해 건물 높이와 용적률 등을 더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올라가면서 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었다.
1975년 지어진 한양아파트(588가구)와 삼부아파트(866가구)도 잇따라 신통기획에 합류했다. 한양아파트의 경우 최고 50층짜리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광장아파트도 최근 토지소유자 절반 이상(63.5%)의 동의를 받아 조만간 서울시에 신통기획을 신청하기로 했다. 화랑·장미·대교 3개 단지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강 변에 붙어 있는 데다 상업지역에 위치한 서울아파트는 '건축법'에 의한 재건축을 시도하고 있다. 수정아파트와 진주아파트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까지 통과한 상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여의도 개발의 신호탄이 터진 것"이라며 "재건축 대상이 8000여 가구로 규모가 상당히 큰 데다 체계적으로 개발이 될 경우 상업지역 수준의 고밀 개발도 가능해 여의도가 명실상부한 서울의 맨해튼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