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언에도…GTX-A 조기개통·B·C노선 조기착공 힘든 까닭

중앙일보

입력 2022.08.18 09:57

수정 2022.08.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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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분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2024년 6월 이전 조기개통, B·C노선 조기착공.'

 
 지난 16일 정부는 향후 5년간 270만호의 주택공급 계획 등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공언했다. 표정속도(역 정차 시간을 포함한 평균운행 속도)가 시속 100㎞ 안팎으로 다른 대중교통보다 훨씬 빠른 GTX 사업을 서둘러 수도권 주민의 이동편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로 조기개통과 착공이 약속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우선 A노선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의 공사가 늦어지면서 무정차 통과라도 가능한 2025년 말 또는 2026년 말까지는 운정(파주)~서울역 구간과 수서~동탄 구간으로 나눠서 운영해야만 한다. 
 
 국토교통부는 우선 공사 진척이 빠른 수서~동탄 구간부터 먼저 개통할 계획이다. 2024년 6월 이전 조기개통도 이 구간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로 이 구간은 민간자본이 아닌 재정이 투입된 구간으로 이르면 2023년 말이면 역사와 선로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 
 

 수서~동탄, 경정비시설 추가 변수  

 조금만 서두르면 공사를 끝내고 종합시운전을 거쳐 2024년 6월 이전에 개통도 가능하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분리운영을 위해서 당초 계획에 없던 열차 경정비시설을 동탄역 인근에 건설해야만 한다. 

A노선 5공구의 터널 공사 장면. 중앙일보

 
 추가로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기획재정부 협의와 설계 등을 거쳐 공사를 시작하면 2024년 중반께 완공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과정에 차질이 생기면 그만큼 개통도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열차 경정비시설 공사까지 포함해서 최대한 개통 일정을 당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기착공 대상인 C노선(덕정~수원)은 국토부가 지난해 6월 현대건설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최대한 협상을 서둘러 지난해 말에 실시협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시협약은 지난해 말은커녕 올해 상반기에 이어 내년 3월로 두 차례나 일정이 미뤄졌다. 무엇보다 창동역~도봉산역 구간의 지상·지하화 여부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2020년 10월 정부가 승인한 C노선 기본계획에는 해당 구간이 지하로 계획됐으나 그해 말 민자사업자 선정을 위해 나온 ‘민간투자시설사업 기본계획’에선 해당 구간이 지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측도 해당 구간을 지상에 있는 경원선 선로를 함께 쓰는 방식으로 제안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C노선, 창동역~도봉산역 놓고 갈등  

 그러자 도봉구와 주민들이 “계획 변경이 인근 주민들에게 소음과 분진, 진동 피해를 준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현재 감사원이 해당 사안에 대한 도봉구의 공익감사청구를 받아들여 감사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해당 구간의 지상화, 지하화 방안에 대한 적격성 조사를 의뢰해 놓았다. 두 방안이 각각 사업 적격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것으로 결과는 내년 1월쯤 나올 예정이다. 
 
 만약 두 방안 모두 적격하거나, 지하화만 적격한 것으로 나오게 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하화 요구가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본계획대로 지하화로 다시 바뀌면 늘어나는 공사비를 누가 부담할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지난 1월 감사원 앞에서 열린 'GTX-C 노선 도봉 구간 지상화 반대' 기자회견. 연합뉴스

 
 이렇게 되면 실시협약은 물론 이후 실시설계와 승인 절차도 연이어 미뤄져 착공 역시 크게 지연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게 철도업계의 전망이다. 안 그래도 C노선은 완공 목표가 2026년 말에서 2027년으로, 또 최근엔 2028년으로 계속 늦춰져 왔다.   
 
 송도에서 마석을 잇는 B노선은 2024년 착공해 2030년 개통하는 게 정부가 밝힌 목표다. B노선은 현재 추진 중인 3개 노선 가운데 가장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자적격성 심사에서 두 번이나 탈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B노선은 경쟁 아닌 단독 입찰 가능성  

 그래서 결국 용산역에서 상봉역 사이 구간은 재정으로 하고, 나머지 구간만 민자로 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초 이런 내용을 담아서 민자사업자 선정을 위한 '민간투자시설사업 기본계획'을 공고했다. 
 
 민자사업자만 제때 선정되고 이후 절차가 문제없이 진행된다면 2024년 착공 목표를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철도업계에서는 기존 두 개 사업과 달리 B노선 사업은 실질적인 경쟁입찰이 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형건설사들이 각기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경쟁하기보다는 한 개의 컨소시엄으로 뭉쳐서 입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 때는 정부에서 받을 보조금을 적게 쓰는 곳이 유리했지만, 단독입찰에서는 가급적 보조금을 많이 써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면 정부 부담이 늘어나게 돼 향후 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따져보면 A노선의 조기개통도, B·C노선의 조기착공도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 이런 난제를 정부가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약속 이행 여부가 판가름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