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가 놀라 사라졌다…변호사 한라운드 홀인원 두번

중앙일보

입력 2022.08.18 09:30

수정 2022.08.1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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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변호사가 두번째 홀인원을 한 프리스틴밸리 프리스틴코스 3번 홀. 사진 프리스틴밸리

 
한 라운드에 두 번 홀인원한 변호사가 나와 화제다. 지난 13일 경기 가평의 프리스틴 밸리 골프장에서 서동천(48) 변호사는 밸리 2번 홀과 프리스틴 3번홀에서 홀인원을 했다.
 
서 변호사는 “이날 아침 늦어서 허겁지겁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했다. 그런데 두 번째 홀에서 홀인원을 해 더 경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밸리 2번 홀은 호수를 건너는 어려운 파 3다. 서 변호사는 "거리 측정기로 158야드가 나왔고 8번 아이언을 쳤다"고 기억했다.  

서동천 변호사의 홀인원증명서. 사진 서동천

 
후반 3번 홀에서 다시 파 3홀이 나왔을 때 한 동반자는 “만약 여기서 서 변호사가 홀인원을 또 하면 미친 거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도 당연히 그 말에 수긍했다. 
 
서 변호사는 “캐디가 125야드에 그린 경사가 오른쪽으로 흐르니 왼쪽을 겨냥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피칭 웨지로 친 샷은 잘 맞았고 오른쪽으로 스멀스멀 굴러가더니 홀로 빨려 들어가더라"고 했다. 

서동천 변호사.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피셔스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사진 서동천

 
그는 "너무 황당하고 놀라서 캐디를 봤는데, 캐디가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얼굴이 굳은 상태였다. 그러더니 소름이 끼친다면서 카트를 타고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캐디는 이 골프장의 에이스급이라고 한다. 서 변호사는 “캐디분이 경험도 많고 그린 라인도 잘 보더라. 두 번째 홀인원을 하고 나서 갑자기 사라져서 우리도 놀랐다. 다른 캐디가 와서 몇 홀 도와주다가 원래 캐디가 돌아왔다”고 했다.  

 
골프장 측에 확인한 결과 캐디는 화장실에 갔다 왔다. 화장실에 가려고 했는데 두 번째 홀인원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을 성심성의껏 하는 캐디로 한 라운드 두 번 홀인원에 놀란 충격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급한 일이 있더라도 일반적으로 대체할 캐디가 온 후에 간다. 골프장 관계자는 "캐디가 급하게 카트를 몰고 떠난 걸 보면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서 변호사는 재미 교포다. M&A와 회사법 등을 담당하고 있다. 어릴 적 말레이시아에서 자랄 때 골프를 시작해 구력이 35년이다. 

서동천 변호사와 박찬호는 절친한 친구로 지낸다. 사진 서동천

 
이날 74타를 쳤으며 평소 70대 후반 정도의 스코어를 낸다. 서 변호사는 "파 4홀에서 샷 이글은 두 번 했는데 홀인원은 한 번도 하지 못하다가 한 라운드에 두 번 기록하니 정말 얼떨떨하다"고 했다.  

 
그는 “골프를 엄청나게 사랑한다. 홀인원을 두 번 할 때 엄청나고 순수한 기쁨을 느꼈다. 마치 아이가 태어났을 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또 “한 라운드 두 번 홀인원 기록을 검색했는데 오래전 서문수라는 분이 한 기록도 있더라. 그 확률이 1700만 분의 1이라는데 서 씨에게는 확률이 더 높은가 생각했다”며 웃었다.  

 
서 변호사는 “홀인원 비결은 없다. 요즘은 유연성이 떨어져 샷을 하기 전에 오른쪽 무릎이 밀리지 않게 주의한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또 “미국에서 지인들의 초대로 시네콕 힐스, 피셔스 아일랜드 같은 프라이빗 명문 코스를 더러 다녔다. 그러나 홀인원이 두 번 나온 프리스틴 밸리를 따라갈 수가 없다. 프리스틴밸리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코스”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좋은 일이지만 금전적으로는 괴로운 일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