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법조계와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커널랩스는 지난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벌어진 뒤 소속 직원들의 월급을 약 2배(100%)로 올렸다. 커널랩스는 테라폼랩스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회사다. 테라·루나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 상에서 스테이블 코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 및 장치’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술의 발명자 중 한 명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다. 이 회사 대표 김모씨는 테라폼랩스 기술파트 부사장과 테라폼랩스코리아 감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루나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대규모 폭락 사태 이후 급여 인상 결정에 권 대표의 개입이 있었는지, 이를 위해 동원된 자금의 출처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달 커널랩스 직원들 다수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한 데 이어 이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한 뒤 일부 핵심 직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급여 인상은 내부 입단속이나 권 대표와 무관한 자체 결정이라는 게 커널랩스 측의 입장이다.
이밖에 수사팀은 지난달 20~27일 업비트·빗썸 등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7곳과 테라폼랩스 초기 투자자였던 두나무앤파트너스, 테라폼랩스 관계사 커널랩스·차이코퍼레이션·더안코어컴퍼니·플렉스코퍼레이션,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등 핵심 관계자들의 주거지·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국내에 체류 중인 전·현직 테라폼랩스 관계자들에 대해선 출국금지,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권 대표 등에 대해선 입국 시 통보 조치했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지난 15일 공개된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이니지(Coinage)’와 인터뷰에서 “실패와 사기는 다르다”며 자신이 고발당한 혐의(사기·유사수신 등)를 부인했다. “테라는 내가 취약점을 보완하지 못해 실패한 것이지 사기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다. 사적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내가 만약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이 일을 한 거라면 (결과적으로) 가장 어리석은 일을 한 것 아니냐”며 “테라는 잠깐이지만 탈중앙화 화폐로서 아름답게 작동했고 다른 이유로 작동을 멈춘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 대표는 한국 입국 계획에 대해선 “한국의 수사관들(investigators)에게서 어떤 요구를 받지 않았고 연락을 한 적도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며 “때가 되면 수사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징역형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는 “인생은 길다”고 답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전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긴 것에 대해선 “가족의 안전을 우려해서였다”고 말했다.
합수단 합수1팀(팀장 이승학), 금융조사2부(부장 채희만) 소속 검사 5명 등으로 이뤄진 수사팀은 권 대표 등의 혐의에 대한 법리 검토를 이어가는 한편, 필요에 따라 이들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