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설계기업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 규모로 지분 투자한다고 15일 밝혔다. SK그룹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승인을 받아 지분 투자를 완료했으며, 한국·동남아 등에서 테라파워의 원자로 상용화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업체다. 차세대 원자로 중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SFR·Sodium-cooled Fast Reactor)’ 설계기술을 보유했다. 현재 가동 중인 3세대 원전보다 안정성과 경제성에서 진일보한 4세대 원전 기술로 통한다. 핵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면서도 높은 안정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라파워는 SMR 외에도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액티늄-225 생산기술도 갖고 있다. SK그룹은 에너지뿐 아니라 바이오 분야에서도 다양한 사업기회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방침에 따라 지난 문재인 정부 동안 움츠러들었던 한국 원전기업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원전 강국의 위상을 부활해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넷 제로’ 추세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선두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가 내놓은 ‘2030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뛰고 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이후 맥이 끊겼던 원전 수출에 나서는 셈이다. 한수원은 지난 1월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집트 엘다바 원전 4기 부속건물 건설사업에 이어 체코·폴란드·루마니아 등 동유럽 원전 사업 수주에 나서고 있다.
4세대 원전인 SMR 분야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삼성물산·GS에너지 등이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이들 회사는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손을 잡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제작협약을, 삼성물산과 GS에너지는 사업개발 공동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가압기 등을 일체화한 300㎿ 이하 소규모 원전이다. 대형 원전 대비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배관 설비가 없어 자연재해에도 방사성물질 누출 가능성이 매우 낮다. 고온의 증기를 활용해 경제적인 수소 생산도 가능하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SMR은 2030년 이후 상용화가 예상되며 2035년까지 390조~620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한편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15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 공동이사장 자격으로 방한하는 게이츠 이사장은 16일 오전 10시 국회를 방문해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한다. 이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코로나19 및 미래 감염병 대응·대비를 위한 국제공조 중요성과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주제로 연설한다. 이번 국회 방문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오후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 윤 대통령과 면담은 게이츠 재단 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게이츠 이사장과 만나 저개발 국가 백신 지원 등 글로벌 보건협력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게이츠 이사장이 17일까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