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김 실장은 최근 윤 대통령에게 “참모들은 바둑알이다. 필요할 때 버릴 줄 아는 ‘기자쟁선(棄子爭先)’을 하셔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기자쟁선’은 바둑에서 자기 돌의 일부를 상대에게 내주더라도 선수(주도권)를 잡는게 중요하다는 격언이다. 사실상 자신의 거취를 윤 대통령에게 일임한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이 “국민 뜻을 받들어 오로지 민생만 챙기자. 국민 삶이 팍팍하니 물가 안정 등에 힘써 달라”며 재신임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어 김 실장도 참모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몇몇 수석급 인사가 ‘참모 전원 사퇴’를 제안하자 “착각하지 마라. 비서는 사퇴할 자유가 없다. 일에 매진하자”고 독려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이 큰 폭의 물갈이 기조에서 소폭 개편으로 생각을 바꾼 것은 대통령실 개편을 두고 ‘자기 사람 꽂기’식으로 여권 내 권력투쟁 조짐이 감지됐기 때문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고위 인사는 “일부 참모의 경우 후임을 물색했지만, 마땅한 인물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취학연령 하향’ 등 정책 혼선 논란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을 할 기구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참모들 사이에선 “정책실을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홍보라인은 언론대응과 국정 홍보로 기능을 둘로 쪼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에는 원만하지 못한 언론 관계와 새 정부의 국정 홍보가 제대로 안 된 측면이 크다”며 “언론대응과 국정 홍보로 홍보라인을 나눈 뒤 한쪽에 새로운 인물을 투입해 이끌게 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홍보라인에 새로 투입될 인사로는 지난 대선 캠프때 윤 대통령과 같이 일을 했던 김은혜 전 의원과 황상무 전 KBS 앵커 등이 거론된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 “인적 쇄신 같은 극약처방 없인 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 요인을 찾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일부 참모진의 핀셋 교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다.
한편 윤 대통령은 25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열리는 새 정부 첫 연찬회에 참석하는 방안을 유력히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연찬회에 가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찬회에는 당 소속 국회의원 115명 전원과 장관 17명, 차관 25명, 외청장 20명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다. 대통령실에서도 김대기 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