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정감사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툰·웹소설 산업을 성장시켰다는 교만과 자부심이 너무 지나쳤던 게 아닌가 깊이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이진수 카카오엔터 각자대표)”
국내 웹툰·웹소설 시장 1, 2위를 다투는 대형 플랫폼의 수장이 ‘교만과 자부심’을 반성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무슨 일이야
이날 간담회엔 박홍근 원내대표(민생우선실천단장), 한준호 빅테크갑질대책 TF 팀장, 유정주 TF 위원 등 민주당 인사들과 이진수 각자대표, 황현수 스토리부문 대표, 박정서 웹툰 총괄 등 카카오엔터 임원진이 참석했다.
그동안 웹툰·웹소설 플랫폼 기업들은 영화·음원 업계와 달리 소비자들의 결제액 정산 내역을 창작자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유정주 의원은 “(작가들이) 본인 작품이 시장에서 얼마나 어떻게 판매되고 있는지 매출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대표와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회장 출신.
민주당-카카오, 무슨 말 나눴나
이진수 대표는 “20년 넘게 정보기술(IT) 업계에 있으면서 지난해 난생 처음 국회에 갔다”며 “지금도 저는 ‘대한민국 스토리-지적재산(IP)-영상의 글로벌 실크로드를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우리가 너무 성장만 부르짖었나 생각해본 계기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와 산업계의 조언대로 카카오엔터의 영향력을 고려해 투명한 정산, 공정한 표준계약서를 관리할 책임 등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게 왜 중요해
● 카카오 상생 일등공신?: 카카오엔터는 스스로를 “카카오 계열사 중 상생안 이행률 1위”로 평가한다. “플랫폼 수수료율 등 아직 발표 못한 것들이 있는데, 국감에서 지적받았던 건 지난 1년간 거의 다 이행했다(카카오엔터 관계자)”는 것.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창작을 지원하고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창작지원재단’ 설립과 이날 공개한 ‘파트너 포털’이다. 회사는 향후 5년간 최소 100억원을 재단에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파트너 포털이 실제 효용이 있을진 지켜봐야.
● “수수료가 너무해”: 플랫폼이 떼는 수수료도 창작자들의 주요 어젠다. 김동훈 웹툰작가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1000만원 매출이 발생하면 거대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남은 50~70%를 제작사와 메인 작가가 나누고, 메인 작가는 보조 작가·글 작가와도 나눠야 한다. 최저생계비가 한참 모자란 상황”이라고도 증언했다.
이것도 알아야 해
한편 웹툰업계와 독자들은 최근 ‘작가 건강권’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조회수 142억회를 기록한 카카오의 대형 히트작 ‘나 혼자만 레벨업’ 그림 작가 장성락(37)씨가 지난달 23일 세상을 떠나면서다. 장 작가의 사망 원인(지병으로 인한 뇌출혈)과 업무 강도 간 상관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이 사건은 웹툰 작가들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폈다. 고인은 ‘나혼렙’ 연재 시절 70~100컷 분량의 컬러 웹툰을 매주 연재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은 하루 평균 10.5시간, 주중 평균 5.9일을 창작 노동에 쓴다. 하루 14시간 이상 노동하는 작가도 17%나 된다. 웹툰협회는 지난 9일 장 작가를 추모하며 “웹툰업계가 형성해온 살인적인 고강도 업무 환경을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로 파편화해선 안 된다”며 “상생협의체를 통해 문제 해결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네이버웹툰도 지난 6월 북미에서 “만화는 문학의 재밌는 부업”이라고 광고했다가 작가들로부터 “부업 같은 소리하네(Side-hustle my ASS)”란 비난을 받고 빠르게 사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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