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 명단' 뺀 이만희 방역 방해는 무죄…횡령은 징역 때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12 10:47

수정 2022.08.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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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91) 총회장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지난 2020년 2월 중순 이후 대구에서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슈퍼 전파’ 논란이 일면서 수사가 촉발됐다.

 
다만 이 회장은 횡령과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지난 2020년 3월 경기도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만희 총회장. 연합뉴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증거인멸교사,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총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했다. 또 80시간의 준법교육 이수를 명령했다.
 

‘교인명단’도 ‘역학조사 자료’일까? 法 “NO”→법 개정됐다

이 총회장은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신천지 교인 일부를 누락한 명단과 거짓으로 작성한 시설현황 등을 방역당국에 제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의 쟁점은 교인 명단이 역학조사 자료인지 여부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방역당국이 신천지 쪽에 시설현황과 교인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라고 볼 수 없고, 거짓 자료를 제출했다는 행위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역학조사 자체라기보다는 자료수집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고, 일부 자료를 누락했다고 해서 방역활동 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며 1심과 같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역학조사는 감염병 환자 발생 규모 파악과 감염원 추적,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원인 규명 등에 대한 활동이고 환자의 인적 사항과 발병일, 장소, 감염 원인 등과 관련된 사항을 내용으로 하므로 당시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요구한 교인 명단과 시설 등은 역학조사 내용에 해당하지 않고, 축소 보고를 했더라도 감염병예방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당시에는 역학 조사 자료가 아닌 전파 차단 등을 막기 위해 필요한 ‘일반 자료’에 대해 정보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한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신천지 사태 이후인 2020년 9월 법이 개정됐다. 질병청장이나 지자체장이 감염 차단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된 것이다.
 

지난 2020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최근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보석 석방된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 연합뉴스

이만희 “죽는 것 편할것 같다” 호소, 횡령은 유죄

이 총회장이 유죄가 인정된 것은 횡령 등이다. 이 총회장은 신천지 연수원인 경기 가평군 ‘평화의 궁전’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교회 자금을 가져다 쓰는 등 56억 원을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하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승인 없이 해당 지자체의 공공시설에서 종교행사를 연 혐의 (업무방해)도 받아왔다.
 
1심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2심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처벌 수위를 다소 높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이 총회장은 지난 2020년 8월 “"비록 고령에 지병이 있지만 수감생활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구속됐다. 같은 해 약 3달 뒤에는 “고령인 피고인이 구속 상태에서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전자장치 부착 및 주거지 제한 등을 조건으로 한 보석으로 풀려놨다. 당시 이 총회장은 재판에서 “살아있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편할 것 같다. 극단 선택을 해서라도 고통을 면하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