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통계청이 발간한 ‘고용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7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2만6000명(3%) 늘었다. 매년 7월을 놓고 비교했을 때 2000년 103만 명 이후 22년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덕분에 지난달 고용률(15세 이상)은 전년 동월 대비 1.6%포인트 상승한 62.9%였다. 7월 기준으로는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높은 물가와 금리, 불안한 국내·외 경기 탓에 경기 침체 경고음이 커졌지만, 일자리 시장만 나 홀로 활황이다. 보통 경제 성장 둔화는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최근에는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인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지난해 코로나19로 고용 경기가 워낙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비교 대상 통계 수치가 지나치게 낮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가 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등 영향이 컸다. 일자리 수요가 갑자기 몰리면서 일부 업종은 구직난을 겪고 있을 정도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취업자가 전년 대비 17만6000명(4.1%) 가장 많이 늘었고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3만 명), 정보통신업(9만50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근로자(89만5000명·6%)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자영업자(7만8000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4만9000명)도 늘었다. 반면 일용근로자(-7만7000명)와 무급가족종사자(-6만7000명), 임시근로자(-5만2000명)는 줄었다.
경기는 꺾이고 있는데 일자리만 늘어나는 이례적 상황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속 빈 강정’이다. 저임금·임시직이 대부분인 고령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달 늘어난 취업자 82만600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7만9000명이 60세 이상이었다. 다음으로 많이 증가한 건 50대 일자리(19만4000명)였다. 15~29세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9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30대는 그보다 더 적은 6만2000명이 늘었다. 40대는 아예 1000명 취업자가 줄었다.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가 양산한 임시 일자리를 새 정부가 갱신하지 않겠다고 했고,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도 당초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낮아질 전망”이라며 “지금과 같은 고용 증가세가 계속 유지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현재 고용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건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부문인데 고물가·고금리 충격이 커진다면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 경기가 다시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