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서울 도심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도시화·기후변화가 유발한 극단적인 기후 현상을 현행 방재기준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침수 피해를 보다 체계적으로 예방·관리하기 위해 2016년 풍수해 저감 종합계획(현 자연재해 저감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서울시 내 238곳을 ‘침수 피해 위험지구’로 지정하고, 태풍·호우가 집중되는 5~10월 풍수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는 내용이다.
비, 시간당 처리 목표치보다 49% 더 내려
하지만 이번 폭우로 피해가 집중된 강남역 인근 등 지역은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이 8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전히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날(8일) 폭우가 쏟아지니 방재성능을 초과해 자연히 ‘침수’피해로 이어졌단 분석이다. 서울시 안전통합상황실에 따르면, 서울서 전날부터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내린 지역이 속출했다. 특히 서울 동작구는 8일 오후 9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동안 무려 141.5㎜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아직 달성하지도 못한 서울시 강우 처리 목표 수준보다 49%나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린 것이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1979년 이후 약 30년간 기후 관측 데이터와 최신 기후모델을 이용해 장마 기간 강우량 패턴을 분석한 결과, 극히 짧은 기간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라며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한국 연평균 강수량(1500㎜)의 약 20%(300㎜)가 하룻밤 사이에 내린 것도 이런 분석 결과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목표 강우량 상향 조정해야”
문제는 서울시의 강우 처리 기준치가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성은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지난 2월 발표한 ‘유역특성 기반의 서울시 침수 위험성 분석’ 보고서에서 “서울시는 과거 강우량과 침수 이력을 바탕으로 침수취약지역을 관리하고, 10~30년 빈도 강우량을 기반으로 우수 배수 체계를 구축했다”며 “기후변화로 배수 시설 설계 빈도를 초과하는 강우가 증가하면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서울시가 침수 대응·관리 역량을 높이고 기후변화 적응력을 향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서울의 급격한 도시화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서울은 지표면이 콘크리트·아스팔트 등으로 덮여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 면적율’이 높은 도시다. 환경부에 따르면, 서울 불투수 면적률은 54.4%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2013년 기준). 특히 서울 도심지역만 놓고 보면 불투수 면적률이 80%를 초과한다. 이번 국지성 집중호우에 유독 서울 도심 지역이 취약했던 배경이다. 서울시 내엔 24곳의 복개하천이 있으나 방재 성능이 떨어져 홍수예방에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 전날 관악구 도림천이 범람해 인근 주민들이 대피해야 했다.
윤선권 서울기술연구원 안전방재연구실 연구위원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서울 지역 확률강우량은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기후 변화에 따른 서울 강수량 변동 추이를 반영해 방재성능 목표 강우량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