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트 인기에 입맛까지…라면 수출 또 사상 최대

중앙일보

입력 2022.08.0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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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인터라켄의 한 대형마트 독립 진열대에 농심 신라면과 튀김우동이 놓여 있다. 김민상 기자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6월 라면 수출액은 3억8340만 달러(약 5000억원)였다. 지난해 상반기(3억1969만 달러)보다 19.9% 증가했다. 라면 수출은 2015년 이후 줄곧 늘어나는 추세다.
 
국가별로는 중국(9191만 달러), 미국(4786만 달러), 일본(3032만 달러), 대만(1483만 달러) 순이었다. 특히 필리핀(1477만 달러), 태국(1460만 달러), 말레이시아(1304만 달러)뿐 아니라 호주(1277만 달러), 캐나다(1159만 달러), 네덜란드(1130만 달러) 등 주요 대륙별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 6~94%가량 골고루 수출액이 늘었다.
 
이 같은 인기는 드라마·영화·예능 프로그램 등 ‘K-콘텐트’의 확산이 불을 지핀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해외 무역관들에선 최근 “한국 콘텐트의 세계적인 성공으로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국 간편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불가리아 소피아 무역관), “K-콘텐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산 라면의 인기도 상승해 독일 수입 시장 점유율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독일 프랑크푸르트 무역관)는 보고서가 잇달아 나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주로 한식당에서 소량으로 유통하던 나라에서도 최근엔 현지 유통체인들이 앞다퉈 한국 라면을 취급하고 있다. 가령 불가리아 주요 수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판타스티코는 올해 한국의 ‘불닭볶음면’을 신규 입점시킬 예정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0년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7.4% 급증했다. “부담 없는 가격에 다양한 맛으로 선택의 폭이 넓고 장기 보관이 가능하며 누구나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라면은 팬데믹의 수혜 품목 중 하나”(프랑크푸르트 무역관)라는 진단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식품 업계에선 코로나19의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국면에서도 라면 수출이 많이 늘어난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라면이 ‘집콕’ 증가로 인한 일시적 인기에 그치지 않고 품질과 다양한 맛 등을 이유로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 업체들의 판로 개척 노력도 눈에 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에선 라면이 단순한 간식이 아닌 한 끼 식사 대용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에 스테이크를 넣어 먹는 장면 등이 영향을 미쳤는데, 현지화한 제품도 판매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중국과 미국에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