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의 근거를 찾아 칼럼을 읽어내려갔다. 칼럼에 세부 경기목록이 나왔다. ①2021년 3월 A대표 일본 3-0 한국 ②2022년 6월 16세 이하(U-16) 대표 일본 3-0 한국 ③같은 달 23세 이하(U-23) 대표 일본 3-0 한국 ④같은 달 대학선발 일본 5-0 한국 ⑤2022년 7월 A대표 일본 3-0 한국. 한국 매체는 대학선발을 뺐고, 요시자키는 넣었다. 12-0이든 17-0이든 뭐든, 이 점수가 실화냐. 도대체 한국 축구에 무슨 일이 있었고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은 2000년대 중반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다. 학생을 ‘운동기계’가 아니라 ‘공부하는 선수’로 키운다는 대의 아래 합숙훈련을 없애고, 학기 중에 열리던 대회를 방학 중 개최로 정리하고, 스포츠 클럽 도입을 유도했다. 학생선수의 인권이 크게 향상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박지성은 새삼 이 문제를 왜 꺼냈을까. 재앙에 가까운 잇단 한일전 결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U-16 대표팀은 한국 축구의 먼 미래고, U-23 대표팀의 가까운 미래다. 가까운 미래도, 먼 미래도 모두 어둡다는 얘기다. 박지성은 “유럽에서는 고등학교 2, 3학년들이 프로선수와 동일한 스케줄을 소화한다”며 “(현재 시스템이)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에는 공부를 너무 안 해서 문제였지만, 지금은 충분한 (훈련 및 연습) 시간이 보장되지 않아서 문제”라고 강조했다. 요시자키가 칼럼에서 인용한 한국인 축구 해설가도 박지성과 같은 취지로 얘기했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제도를 시행하다 보면 문제점이 드러난다. 그러면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 10년 넘게 시행한 ‘공부하는 학생선수’ 제도의 긍정적인 면은 살리되, 드러난 문제점은 고치자. 비단 일본에 0-12인가 0-17인가로 져서 그러자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