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우리나라의 대 중동 무역수지는 100억6000만 달러(약 13조2000억원) 적자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41억2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적자가 144.2% 급증했다. 수출이 1년 새 11.7% 증가했지만, 수입이 111.8%나 늘어나면서 적자 폭을 키웠다. 지난달 수입액(115억5500만 달러)은 2011년 12월(115억7500만 달러), 2012년 2월(115억63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높았다.
국내서 주로 원유를 수입해오는 중동 지역 무역은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한 달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긴 건 1988년 관련 통계 집계 후 최초다. 그 전까진 2013년 2월의 87억8400만 달러가 월별 무역적자 최대치였다.
한 달 동안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45억9000만 달러)과 미국(33억1000만 달러), 인도(15억2000만 달러), 유럽연합(EU 27개국ㆍ5억5000만 달러)에 각종 제품을 수출해서 얻은 무역수지 흑자를 다 합쳐도 중동 지역 한 곳에서 잃은 무역수지 적자에 미치지 못했다.
중동의 올해 1~7월 누적 적자도 517억3000만 달러(약 67조6000억원)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 기록한 전체 무역적자(-150억2000만 달러)의 3배를 훌쩍 넘겼다. 올 하반기도 대 중동 무역에서 적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연간 마이너스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중동 무역적자가 갈수록 쌓여가는 데엔 에너지 가격 급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 불안 심화로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원 가격이 치솟았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7월 배럴당 72.93달러에서 지난달 103.14달러로 상승했다. LNG(액화천연가스)와 석탄(호주탄) 가격도 1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또한 더운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수요까지 확대되며 에너지 수입이 전반적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국내 원유 수입액은 115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9.3%, 전월 대비 35% 각각 늘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당분간 중동 지역에서 큰 적자 폭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