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하원의장 대만 방문 놓고 격돌
양안 불안정, 한반도와 동북아에 영향
백악관은 “‘하나의 중국’ 정책은 그대로이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공격적 군사 활동을 늘리기 위한 구실로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남중국해와 첨단기술, 무역, 민주주의 가치를 놓고 대립해 온 미·중이 대만해협에서 다시 갈등을 키우는 양상이다. 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란 점이 심히 우려스럽다.
미 국가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처음이 아니다. 1997년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의 방문 때는 중국 외교부가 항의는 했지만 양국 갈등으로 비화하진 않았다. 당시 중국 외교 기조는 ‘도광양회(韜光養晦·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름)’였고, 대만의 정치 상황도 지금과는 달랐다. 1991년 베이징을 찾은 펠로시가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에게’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드는 등 중국의 인권·민주주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기에 중국이 더 예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갈등은 25년 사이 군사·경제적 굴기(崛起)에 성공한 중국, 달라진 미·중 역학 관계, 그것이 동북아에 미칠 영향 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문제는 이런 강 대 강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무력까지 언급하며 대만 통일을 과업으로 삼은 시 주석은 10월께 열릴 3차 공산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으려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대만 문제에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시 주석과 ‘반중(反中) 동맹까지 결성하는 판에 위협에 굴복할 수 없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강한 외교 수사와 정책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중국 전투기의 대규모 진입 등 도발, 미국의 대응이 위태롭게 전개될 수도 있다.
양안 세력 균형의 불안정성은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의 활동과 직결되고,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 평화 안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전술핵 사용을 위협하는 북한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치킨 게임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