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학부모 단체 관계자를 만났다. 참석자들이 “취학연령 하향을 원점에서 논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박 부총리는 “국민이 만약에 정말 이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폐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는 박 부총리가 지난달 29일 ‘만 5세 초등 입학 추진’을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공식 의견 수렴 자리다. 반발 여론이 확산하자 박 부총리가 직접 학부모를 설득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5세 입학 출구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부총리는 “(조기 입학) 논의는 입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신속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구축된 정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학부모, 학생,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정책 실행 주체인 교육청과도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안 수석이 전한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나흘 전 교육부 업무보고 뒤 대통령실이 전한 지시사항과는 결이 다르다. 당시 업무보고에 배석했던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 중 다섯 번째 사항으로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는 내용을 브리핑했다. ‘신속 강구’가 나흘 만에 ‘공론화 추진’으로 바뀐 셈이다.
정부의 학제 개편안 추진 후폭풍에 여의도 국회도 들썩였다. 야당은 총공세를 폈다. 2일 하루에만 “부적격 백화점 박순애 부총리의 졸속 학제 개편”(박홍근 원내대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정책 발표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준다”(이수진 원내대변인) 등 비판이 쏟아졌다.
21대 후반기 국회 들어 이날 처음으로 열린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도 민주당은 “교육이 무슨 부침개인가”(강득구 의원), “맘카페를 보라. 부글부글 끓고 있다”(문정복 의원)며 맹비판했다. 박 부총리에 대한 사후 인사청문회를 열자는 요구도 쏟아졌다. 박 부총리는 후보자 시절 음주운전 이력과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시 원 구성 지연으로 청문회를 건너뛴 채 임명됐다.
국민의힘에서도 공개 불만이 나왔다. 5선의 조경태 의원은 1일 저녁 라디오 인터뷰에서 “교육부 장관의 자질이나 능력이 상당히 의문스럽다”며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분들은 전면적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