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더 빨리, 시속 80㎞ 로봇들이 움직인다 ‘무인창고 전쟁’

중앙일보

입력 2022.07.29 00:01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경기도 김포시 SSG닷컴 물류센터에서 상품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무인창고 산업도 성장 중이다. [이마트]

경기도 김포 아라김포여객터미널 일대엔 대형 물류센터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유통 공룡들의 ‘온라인 격전지’라 할 만하다. 서울과 경기 서북부로 접근하는 배송 최적지여서다.
 
이마트 자회사 SSG닷컴은 이 일대에서 온라인몰 전용 창고 두 개를 운영하고 있다. 인근에는 롯데마트몰 김포센터도 있다. 물류센터에선 주문이 들어오면 컴퓨터가 컨베이어벨트를 움직여 상품을 작업자 앞으로 옮겨준다. 작업자는 이 상품을 주문 상자에 담고, ‘작업 완료’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자동로봇은 시속 60~80㎞로 움직인다. 도심을 운행하는 차량보다 빠르다. 그만큼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발송하는 시간을 단축해준다. 최신형 창고에 적용되는 GTP(Goods To Person) 시스템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자동화율이 80%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그래서 배송 시간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경로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무인창고’ 도입 경쟁이 한창이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만 종의 상품을 보관하다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출고하는 무인 창고는 작업자 앞으로 상품을 옮겨주는 GTP 시스템이 핵심이다. 주문받은 상품을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등장한 것이다.


국내에선 롯데·신세계·쿠팡 등 유통사가 이를 주도했으나 최근엔 물류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CJ대한통운도 풀필먼트센터를 확장하면서 물류로봇 도입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경기도 군포 스마트 풀필먼트센터가 대표적이다. 풀필먼트센터는 각종 상품을 쌓아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택배 상자에 담아 발송하는 역할을 한다. 김경훈 CJ대한통운 TES 물류기술연구소장은 “물류로봇이 도입되면서 일반 센터보다 생산성을 55% 개선했다”고 말했다.
 
무인창고 경쟁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아마존은 2012년 키바시스템즈를 7억7500만 달러(약 1조원)에 인수하면서 물류로봇 도입에 나섰다. 월마트도 오스트리아 크냅과 손잡고 차세대 물류센터를 미국 텍사스주 등에 운영할 예정이다. 수백만개의 상품을 주문 이튿날 또는 셋째 날 배송하는 게 원칙이다. 마이크 프린스 월마트 부사장은 “차세대 물류센터를 통해 물동량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분석업체인 로지스틱스아이큐는 물류 자동화 시장이 2026년 300억 달러(약 38조98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물류 자동화 시장은 향후 5년간 매년 12%씩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다이후쿠와 크냅이 물류 자동화 로봇의 전통 강자로 꼽히는데, 최근 중국 기업들이 거센 도전 중이다. 중국 긱플러스는 최근 나이키 등에 무인운반로봇(AGV)을 공급했다. CJ대한통운과 쿠팡 등이 긱플러스의 AGV를 도입했다. 긱플러스 로봇은 전기 충전으로 가동하는데 최대 1t의 상품을 운반할 수 있다.
 
국내 대기업도 나섰다. LG전자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물류로봇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테스트 설비에서 장비를 시험 중이다. 두산로지스틱스도 국내에 맞는 물류 시스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김경훈 소장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 통행로를 인식하는 자율이동로봇(AMR)은 국내 기업이 도전해 볼 만한 분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