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치료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관저에서, 최 회장은 백악관 루즈벨트룸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연결됐다.
토니는 최 회장 영어 이름이다. 바이든 대통령 특유의 친근한 표현으로 반가움을 표시한 것.
바이든 대통령은 "원래 당신 바로 오른쪽에 앉아 있어야 했는데. 겨우 몇백 야드 떨어져 있는데 거기에 있지 못해 미안하다"며 웃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격리 중인 백악관 내 관저와 최 회장이 있는 루즈벨트룸이 불과 몇백 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코로나19 감염 때문에 손님을 직접 맞이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이든 "중요한 발표…토니 시간 충분히 쓰세요"
바이든 대통령이 "이것은 중대한 발표다. 필요한 만큼 시간을 쓰세요, 토니"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최 회장은 "오늘 우리는 반도체, 전기차(EV) 배터리, 생명공학에 대한 주요 투자를 포함해 미국에 220억 달러(약 28조8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발표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발표한 EV 배터리에 대한 70억 달러 투자를 포함해 거의 300억 달러(약 39조3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미국 투자 총액의 절반은 미국 대학과 파트너십을 통한 연구개발(R&D) 프로그램과 패키징 기업 등 반도체 생태계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 같은 투자는 차세대 메모리칩 개발에 기여할 것이며, 이는 곧 미국 최첨단 산업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포드자동차와 합작 투자 일환으로 테네시와 켄터키에 신규 기가팩토리 두 개를 세우게 될 것"이라고 말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최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그린 에너지 사업, 바이오 제약 등 바이든 행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바이든 "SK 투자, 역사적·획기적인 발표"
바이든 대통령은 "이 획기적인 발표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동맹들이 귀환해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반 미국인들에게 알리려는 듯 "SK는 한국에서 둘째로 큰 재벌 그룹"이라면서 "그들은 내가 대통령이 된 뒤 미국에 중요한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SK는 이미 3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했고, 오늘 새로운 22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한다"면서 "그들의 미국 내 고용은 4000명에서 2025년 2만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SK가 "포드와 인텔 등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 유권자에게 바이든 정부의 경제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중국으로 가던 투자, 내 정부에선 미국으로 와"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견학했으며,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를 투자해 그와 같은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또 "서울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을 만났고, 우리는 함께 100억 달러 신규 투자를 발표했다"면서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55억 달러를 투자한 첨단 자동차 공장 건설이 포함됐다"고 상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에는 이런 투자가 중국으로 향했다"면서 "오늘날 내 정부에서는 이런 기술 투자가 미국으로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서 토니와 같은 테이블…다음엔 오벌오피스에서 점심"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으로 최 회장을 직접 만나지 못한 데 대해 거듭 미안함을 표시하며 "다음에 오면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꼭 저와 점심을 함께 먹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농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 17분가량공개된 이 날 화상 회의에서 최 회장과 SK 임원들에게 모두 9차례 "땡큐"를 외쳤다. 이날 회의에는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장관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