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윤 대통령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정치적 동력을 제공하는 사회 통합에는 악재가 된다. 전라도 출신의 한 지인은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윤 대통령 말뜻 그대로라면 장관직에서 극소수에 그친 호남에는 인재가 없다는 것이냐며 얼굴을 붉힌다. 이런 부정적 반응이 지지율과 무관할 수 없다.
국민 지지 받을 때 개혁도 가능
부정적 평가 많으면 움츠러들어
대통령이 성공해야 국민이 성공
하버드대 심리학과 로젠탈 교수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현실에서 입증했다. 무작위로 뽑은 학생들의 명단을 학급 담임에게 건네주면서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얼마 후 이 학생들의 성적은 비교 집단보다 실제로 향상됐다. 학급 담임은 기대를 품었고 이를 의식한 학생들은 더욱 노력했을 터다. 로젠탈 효과로도 불리는 피그말리온 효과의 위력이다. 좋든, 나쁘든 믿는 대로 되는 ‘자기실현적 기대’와 같은 말이다.
정부도 잘한다고 지지를 받으면 힘을 얻어 성과를 내고, 잘하는 게 없다는 프레임에 갇히면 움츠러든다. 특히 인기 없는 개혁 과제들이 문제다. 노동·연금·교육 개혁이 다 그렇다. 이들 분야는 기득권이 확고해 여론의 뒷받침이 없으면 돌파가 어렵다. 그렇게 되면 정권도 실패하지만, 국민이 피해를 본다.
물론 윤 정부는 이제 출발에 불과하다. 분야별로 민관 협력체를 만들어 차츰 개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잘 아는 관료들이 보기 좋게 짜놓은 개혁 방안과 이를 실행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아무리 방향이 옳아도 이해관계자의 저항을 뚫지 못하면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결국 관건은 30%대로 떨어진 지지율을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모인다.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윤 대통령의 소통이 오기(傲氣)로 비쳐선 안 된다. 정제된 언어와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겸손을 잃는 순간 국민의 마음은 떠난다. 전임 정부 탓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민에겐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게 중요하다.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 같은 말로는 국민에게 공감을 얻기 어렵다. 평범한 인생조차 연습은 없다. 무엇보다 훌륭한 사람들로 내각이 구성됐다고 하니 집단사고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이렇게 지지율이 떨어져도 최 위원장 말고는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참모 한 명 없지 않은가.
피그말리온 효과의 메시지는 간절하게 원해야 이뤄진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도 지지율 회복을 원한다면 우선 여론부터 경청해야 한다. 인사 문제를 해소할 대안을 내놓고, 빈번한 출근길 문답을 줄이는 대신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여론을 직접 들어보는 것도 좋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회복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