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생 A씨는 지난 25일 교내에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자필 대자보를 붙였다.
이 학생은 “이번 사건으로 실추된 ‘위신’은 무엇이냐. 이 학교에서 공공연하게 떠드는 이들의 위신은 너무 무겁게 다뤄지지만 반면 숨죽여 말하는 이들의 위신은 너무 가볍게 다뤄진다. 누구는 ‘갑자기’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잠재적 가해자’로 불려서, ‘입결과 학벌’이 떨어져 ‘남성’으로서, ‘대학생’으로서 위신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이들은 공공연히 자기 체면이 무너져 화가 난다 떠든다”고 지적했다.
또 “남자 의대생들이 단톡방에서 여학우들을 성희롱하고 총학생회 남후보가 여학우를 스토킹했을 때도 누군가는 성급히 일반화하지 말고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과거 인하대에서 발생했던 성폭력 사건을 언급했다.
이어 “최근 마주한 사건은 평등한 학교, 안전한 학교를 세우는 일이 시급한 과제를 넘어 뒤늦은 과제임을 분명히 말한다”며 “판을 갈 때다. 오늘날 학교가 맞은 위기는 무엇을 우선 말하고, 우선 듣고, 우선 답해야 하는지 가리지 못해 벌어졌다. 뻔하고 시끄럽기만 한, 내용 없는 소리가 아닌 대안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A씨 대자보가 붙은 이튿날인 26일에는 ‘성차별을 성차별이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제목의 또 다른 대자보가 붙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학생 B씨는 이 대자보에서 “인하대 내부는 물론, 여러 대학가에서 여성이 모욕당하고, 물리적, 성적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 끔찍한 장면을 목도하고도 우리는 개인의 일탈, 숨기고 묻어야 할 끔찍한 오류로 치부하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인하대는 학칙에 따라 A씨의 징계 절차에 착수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와 성교육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