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오르반(59) 헝가리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바일레 투스나드의 연례연설 중 일부다. 이 한마디에 헝가리가 발칵 뒤집혔다. 가디언은 24일 그의 발언을 전하면서 “오르반은 수년간 비슷한 주장을 해왔지만, 이번 발언은 유독 노골적인 극우적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은 혼혈? 좌파 이데올로기 속임수”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헝가리 야당 ‘모멘텀’의 유럽의회(MEP) 의원 카탈린 체는 트위터에서 “오르반 정권의 본색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혼혈 헝가리인들은) 피부색이 다를 수도 있고, 유럽이나 그 너머에서 왔을 수도 있지만, 그들은 우리의 일부이며 우리는 그들이 자랑스럽다”며 “다양성은 국가를 약화하는 게 아니라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루마니아의 유럽의회 의원인 알린 미투샤 역시 “인종이나 민족의 ‘순수성’을 논하는 것은 망상이자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서방의 임무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기원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협정을 중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러시아 편이나 우크라이나 편이 아니라 둘 사이에 있어야 한다”면서다. “대러 제재는 효과가 없었다”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외무부의 올렉니콜렌코 대변인은 “오르반의 주장은 러시아 선전”이라고 반박했다.
“서방 임무는 우크라 평화협정 중재”
오르반 총리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승리해 4연임에 성공했다. 1998년 35살에 유럽 최연소 총리 기록을 보유한 그는 2002년 사회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다가 2010년 재집권한 뒤 이번 총선까지 승리하면서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장기 집권 중이다. 총선 기간 그가 이끄는 집권당 피데스(Fidesz·청년민주동맹)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대러 제재에 동참하기도 했지만, 이후 극우 본색을 다시 드러냈다. 그는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해 보수단체가 주최하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CPAC는 올 초 부다페스트에서 콘퍼런스특별 세션을 개최했었다.
이를 두고 오르반 총리가 국제사회의 극우 결집에 나서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헝가리 정치캐피탈 싱크탱크 연구원 피터 크레코는 가디언에 “오르반은 분명히 러시아의 승리를 바란다”면서 “그는 이민 문제가 단합된 서구 사회를 분열시키고 모든 정부는 극우화될 것이라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가디언도 “오르반 총리는 9월 이탈리아 총선 이후 우익 연합의 복원을 바라면서 2024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