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오병상의 코멘터리] ‘경찰의 난’이 터진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07.2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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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맞은편 경찰기념공원에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설치되어 있다. 장진영 기자/ 20220725

 
 
1. ‘경찰의 난’이 터졌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데 반대하는 경찰의 반발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3일 경찰서장(총경) 190명이 반대모임을 가진데 이어 경감급 현장팀장들이 30일 반대모임을 예고했습니다.
 
2.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윤석열은 25일 도어스테핑에서 경찰의 집단행동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경찰청과 행정안전부가 이 사태에 대해서 필요한 조치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간단히 답했습니다.  
 
3. 그러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자청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무장할 수 있는 조직(경찰)이 상부 지시에 위반해 임의적으로 정부 시책을 반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하나회의 12ㆍ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다.’
‘하나회’는 전두환 장군이 주도했던 군부내 육사출신 엘리트 사조직입니다. 이상민이 시사하는 경찰의 하나회는 ‘경찰대 출신 엘리트’사조직입니다.  


4. 간단히 말해,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은 경찰에 대한 통제를 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결과 경찰의 권한이 너무 커졌습니다. 그러니 집권한 입장에선 경찰권 장악이 반드시 필요해졌습니다. 윤석열은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5. 안타깝게도 윤석열 입장에서 경찰을 장악하기위한 화끈한 수단이 없습니다.
그간 정권이 경찰을 장악하는 창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은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했습니다. 문재인 검찰개혁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을 겁니다. 민정수석실은 밀실권력의 상징으로 비난받아왔습니다.  
 
6. 법적으로 경찰통제기구는 경찰위원회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경찰개혁의 결과물로 1991년 만들어진 경찰법에 근거한 ‘경찰행정 최고심의ㆍ의결기관’입니다.  
그런데 윤석열이 경찰위원회를 활용하는데엔 두 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첫째, 경찰위원들이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습니다. 임기가 3년인데 겨우 11개월 지났습니다. 둘째, 역대정권들이 민정을 통해 경찰장악하는 바람에 경찰위원회가 31년간 방치됐습니다. 위원회를 명실상부한 기관으로 만들려면 법을 바꿔야하고, 사람을 바꾸려면 2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7. 그래서 윤석열이 찾은 대안이 행안부 경찰국 신설입니다.  
여기도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부처로부터 경찰청을 독립시킨 1991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모양새입니다. 정식으로 하자면..행안부 장관에게 경찰통제권을 되돌려주도록 법을 바꿔야하는데, 국회 절대다수인 민주당 동의 없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찾은 궁여지책이 행안부내 조직신설 하는 대통령령 개정입니다.  
 
8. 힘 쎄진 경찰이 이런 무리수에 들고 일어났습니다.  
정치권력의 이해타산이 뒤죽박죽 버무려진 경찰개혁의 몰골입니다. 26일 윤석열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을 통과시키면 8월 2일 시행됩니다. 경찰의 난은 결국 진압되겠죠.  
그러나 경찰개혁 문제는 남습니다. 국민 입장에선 더욱 중요해지고, 더욱 절실해진 형태로..
〈칼럼니스트〉
2022.07.25.